997개사 수의계약 93.7%…"총수일가 사익편취 심각"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대기업집단 계열사 내부거래의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은 계약 시 경매나 입찰 등 경쟁계약을 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방을 선택해 맺는 방식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로 사회적 비판이 거센 일감몰아주기의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져왔다.

18일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0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 일가가 있는 52개 그룹·97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액 161조4318억원 가운데 수의계약이 93.7%(151조3333억원)에 달했다.

조사 대상 52개 그룹 가운데 19곳은 지난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모두 수의계약이었다. 기업별로는 997개사 가운데 수의계약 비중이 100%인 곳이 무려 86.2%(859개사)에 달했다.  내부거래 가운데 수의계약이 전혀 없었던 계열사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지주, CJ헬로 등 전체의 5.5%(55개사)에 불과했다.

내부거래의 대금 결제 방식은 현금 지급이 83조4801억원(51.7%)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어음(26.8%)과 현금·어음·카드 혼용(21.5%)으로 조사됐다. 특히 호반건설, 한진, 하림, 금호아시아나, SM, 셀트리온 등 20곳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방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사업 수직계열화나 영업기밀 보호, 빠른 업무 진행 등 장점이 많다. 문제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로 의심받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된 사례중 대부분에 수의계약 방식이 적용됐다. 대기업들은 수의계약을 통해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총수일가는 이렇게 성장한 회사의 배당 등을 통해 사익 추구와 부의 편법 승계를 도모하는 방정식이다. 더욱이 국내 재벌 총수들은 ‘문어발식 겸직’을 통해 계열사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수의계약방식은 중소기업들이 일감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박탈한다는데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총수일가 편법승계와 대기업 경제력 집중 등 폐해가 심각한 셈이다.

이에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일감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급기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총수 일가가 가진 일부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 매각까지 주문하고 나섰다. 국세청 역시 재벌 총수일가의 변칙 상속·증여 혐의를 분석하고 계열사 공익법인에 대한 탈세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내부 영업기밀 등을 수의계약의 핑계로 대고 있지만 불투명하게 이뤄진 내부거래로 오너일가의 배만 불리는 있다는 비판을 면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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