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가능성 높지 않아…호남표 쏠림현상 나타날지 주목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3회 정기전국대의원대회(8·25전당대회)’의 후보군을 좁히기 위한 예비경선(컷오프)이 오는 2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실에서 열린다. ‘7‧26예비경선’에선 당대표 후보 8명이 3명으로 압축된다. 다만 최고위원 후보 8명은 모두 컷오프 없이 ‘8‧25전당대회’에 진출한다. 후보가 9명 미만이기 때문이다. ‘8‧25전당대회’에선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이 따로 선출된다.

▲8인 대표후보의 출사표

당대표 예비후보는 이인영‧최재성‧김두관‧박범계‧김진표‧송영길‧이해찬‧이종걸 후보(기호순) 등 8명. 최고위원 후보는 김해영‧남인순‧박광온‧박정‧박주민‧설훈‧유승희 의원과 황명선 논산시장(가나다순) 등 8명이다. 황 시장은 26일 선출되는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회장후보로 등록해 최고위원 경선은 사실상 ‘7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8인 대표후보의 출사표

◆이인영 후보 : “1차 진보의 길로 당을 혁신해 우리는 집권했다. 이제 2차 진보의 길을 걸어야 한다. 2차 진보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자영업을 살리는 경제진보의 길이다. 재벌중심 이윤독점의 불평등 경제를 중소기업·자영업과 이윤공유의 상생경제로 바꿔내는 게 핵심이다. 2차 진보의 또 다른 축은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다. 노동복지가 낭비가 아니라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라는 인식과 정책의 대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전대협 1기 의장으로 민주당에선 가장 진보적 정치인이다. ‘제2차 진보의 길’이 슬로건이다. 당내 86(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생)그룹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재성 후보 :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바로 ‘시스템 공천’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불가역적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당 대표가 되면, 취임 2개월 내에 공천룰을 확정하겠다. 모든 공천규정을 특별당규로 정하고, 전 당원과 전 대의원의 투표로만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전략공천을 금지하겠다. 꼭 필요한 경우 전략지역을 지도부가 아닌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하겠다.”

지난 6월 서울 송파을 재선거에서 당선돼 주목을 받았다. 원래 ‘정세균계’였으나 지난 대선을 앞두고 ‘친문’에 합류했다. 그래서 ‘친문 복심’을 주장하지만 당내에선 공감하는 사람이 드물다.

◆김두관 후보 :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개혁입법 연대를 만들겠다. 진정으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 첫째, 전략공천을 폐지하고, 권리당원 직선제를 도입하겠다. 둘째, 비례대표 추천권을 당원에게 돌려드리겠다. 셋째, 당원소환, 당원발안의 요건을 완화하겠다. 넷째, 완전하게 개방된 온라인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항상 당원과 소통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후보 중 가장 오랜 기간 당대표 출마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유의 친화력을 갖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약하다. 그래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조직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박범계 후보 : “혁신이야 말로 한국사회의 미래를 열수 있는 열쇠다. 당대표와 당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당의 혁신을 이뤄가야 한다. '새 얼굴', '새 인물'만이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제가 당 대표로 있는 한 더 이상의 공천 갑질시비는 없다고 자신 있게 약속드린다. 공천을 포함한 각종 인사, 포상, 징계 등에도 전문성과 중립성, 독립성을 강화해서 여러분께 인정받겠다. 임기 1년차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당대표 평가를 받겠다.”

SNS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 성적이 좋다.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재선 의원이어서 당 장악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진표 후보 : “권리당원이 주인인 민주정당을 만들겠다. 청와대 국민청원제도와 같은 권리당원 전속 청원제도를 도입하겠다. 당원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멤버십 콜센터’를 운영하겠다. 선거 1년 전 공천 룰을 확정해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권리당원의 공천 참여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 원외 지역위원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당대표와 원외위원장과의 권역별 정례 정무회의를 도입하겠다.”

정통관료 출신답게 ‘관리형 대표’를 표방하며 ‘친문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제 대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종교세 과세 유예’로 당내 비판을 받아왔다.

◆송영길 후보 :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켰던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자세로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 나가겠다. 각종 선거에서 공천기준을 미리 선정하여 당대표가 임의로 공천기준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정책과 입법적 뒷받침을 해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한반도 경제구상과 신북방, 신남방 정책을 뒷받침하는 당대표가 되겠다.”

지난 대선 때 8인의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공을 세웠다. ‘문 대통령의 영원한 총괄본부장’이 슬로건이다. 그래서 여권 핵심에선 ‘친문’으로 분류된다. 인천시장, 북방경제협력위원장(부총리급)의 경력이 강점이다.

◆이해찬 후보 : “유능한 정책 역량과 합리적이고 현대적인 시스템 정당이 되어야 한다. 퍼블릭 마인드와 책임 의식을 가지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들을 육성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참여의식으로 무장한 젊고 새로운 세대가 당의 중추가 되도록 개방적이고 아래로부터 소통하는 플랫폼 정당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유능하고 깨끗한 인물, 당원이 인정하고 국민이 원하는 인재들을 당의 공직 후보로 추천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친노‧친문 좌장’으로 극적 출마를 연출해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영구집권론’이 슬로건이다. 마이크만 잡으면 강성 발언을 하는 그의 강한 카리스마가 약점이다. 반면 ‘대권 무욕(無慾)’이 강점이다.

◆이종걸 후보 :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는 국민과 ‘더불어’이며, 중도와 ‘더불어’이다. 민주당은 ‘민주진영’의 일부 정치인의 행태는 비판할지언정 그 정당 지지로 표출된 국민들의 의지를 포용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혁을 위해서는 집권이 연속되어야 한다. 정책연대, 개혁입법연대에서 연정에 이르기까지 민주진영의 ‘빅텐트’를 적극 설치해 나가겠다. 한국정치의 지형에서 중원을 두텁게 하고, ‘중심정당’을 지향하겠다.”
 ‘민주진영 빅 텐트’가 슬로건이다.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독립투사 이회영 선생의 손자’라는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비문’의 대표주자여서 ‘친문’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 당대표후보 예비경선 관전 포인트

당대표 후보 8명의 1차 관문은 7월26일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의 직접투표로 치러지는 ‘컷오프’다. 중앙위원들은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주요 당직자 등 약 5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계파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일반 여론조사나 전 당원 투표와 달리 표심 향배를 예측하기 어렵다. 후보들 전원이 공천시스템을 언급(공약)한 것도 바로 이들이 모두 총선과 지방선거의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비경선 이전 후보단일화(물밑연대)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먼저 ‘범친문계’에서 5명 후보(김진표‧박범계‧송영길‧이해찬‧최재성)가 출마해 이른바 ‘친문’이 결속되기 어렵다. 26일 이전에 이들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비문’의 3명 후보(김두관‧이인영‧이종걸)도 단일화되기 어렵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혼전이 예상된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지난 20일 1심 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6년 전당대회에서 ‘문심’의 전령사를 담당했던 ‘양정철김경수’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 친문 핵심 노영민 주중대사와 우윤근 주러대사는 국내에 없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당대회의 ‘문심(文心)’은 없다.

셋째, 예비경선을 앞두고 ‘특별한 변수’는 없어 보인다. 경선판 자체를 뒤흔들만한 요인이 없는 것이다. 언론도 민주당 전당대회를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변수 출현’ 여부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과거 ‘용팔이사건 뱀사건’과 같은 ‘폭력 엽기’는 나타날 수가 없다. 후보들은 오직 저마다 ‘문심 팔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치열한 정책대결이 아쉽다.

넷째, 민주당 호남표의 쏠림현상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최대 표밭인 수도권의 기초단체장과 지역위원장의 상당수가 호남출신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 구청장 25명 중 호남 출신이 20명이고 경기도 기초단체장은 31명 중 29명이다. 특히 광주‧전남 출신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유일한 호남 출신 송영길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충청 출신은 이해찬‧이인영‧박범계 후보 등 3인이다. 나머지 경기 출신 2명(김진표‧최재성), 서울 출신 1명(이종걸), 경남 출신 1명(김두관)이다. 지역대결의 측면에선 이들이 유리하다. 대구경북과 강원 출신 후보는 없다. 민주당의 한계다.

넷째, 상호비방 등 이전투구 양상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한국 전당대회 역사상 흥미로운 대목이다. 8명의 후보 모두가 큰 약점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과 공약도 유사하다. 한마디로 이번 전당대회는 이슈가 없는 전당대회다. 결국 예비경선 현장의 유세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원정(原政)’에서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요(政也者正也·정야자정야), 백성을 균등하게 하는 것이다(均吾民也·균오민야)”라고 했다. ‘균민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차기 민주당 대표는 누구인가?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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