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 산업대출 212조원 돌파…1년새 28조원 급증
中企·자영업자, 금리 비싼 저축은행 등 비은행에 손벌려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에 부실 우려…"속도조절 나서야"

▲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에 손을 벌리면서 비은행권의 산업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212조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비은행금융기관의 산업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매출부진과 자금난에 허덕이는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에 손을 벌리면서 비은행권의 산업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212조원을 넘어섰다.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에 국내 시중금리 오름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잔액은 212조88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207조8912억원)보다 2.4%(4조9940억원) 늘어난 것으로, 1년 전(184조3132억원)에 비해선 15.5%(28조5720억원) 급증했다.

비은행권 산업대출은 은행을 제외한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이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말한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업 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려졌다. 지난 3월 말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39조2914억원으로 석 달 사이 3조428억원 늘었다. 산술적으로 보면 올 1분기 전체 비은행 산업대출 증가액(4조9940억원)의 60% 가량을 부동산이 밀어 올린 것이다.

농업·임업·어업 대출 잔액은 17조1664억원으로 0.9%(1619억원) 늘었고, 건설업 대출 잔액은 12조2710억원으로 2.3%(2741억원) 확대됐다. 도매 및 소매업(25조9340억원)은 2.7%(6792억원), 숙박 및 음식점업(14조7928억원)은 3.7%(5328억원)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 대출 잔액은 26조4116억원 3개월 새 2.6%(7184억원) 줄었고, 금융 및 보험업(37조587억원)도 2.7%(1조399억원) 감소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금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은행권의 대출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몰린 영향이 크다.

문제는 국내 시중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고, 오는 12월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도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금융권의 대출금리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지게 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전 세계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국내 시장금리가 이에 연동해 오르게 된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나 코픽스 금리도 시장금리를 함께 올려 대출금리를 상승시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비싼 비은행권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증가속도 조절과 함께 지속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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