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생·손보사 대출채권 195.9조원…1년새 16조원 증가
문턱 낮은 약관·주택담보대출 등 보험대출로 수요 몰려
떼일 위험 없는데도 약관대출 금리 평균 연 7~9% 달해

▲ 보험업계의 가계빚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 상당수가 떼일 위험이 없는 보험약관대출에 연 7~9% 수준의 높은 대출금리를 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보험약관대출 등 보험업계의 대출채권 규모가 사상 최대인 196조원에 육박했다.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대출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다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보험사 대출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생명보험사 상당수가 떼일 위험이 없는 보험약관대출에 최고 연 9%에 달하는 대출금리를 물리는 등 고금리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생명보험협회의 월간생명보험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24개 생명보험사의 누적 대출채권 잔액은 130조1126억원으로 전월(129조4598억원)에 비해 0.50%(6528억원) 늘었다. 1년 전(119조9938억원)과 비교해선 8.43%(10조1188억원) 확대됐다.    

대출채권 종류별로는 보험약관대출금이 45조2740억원으로 전체의 34.79%를 차지했고, 부동산담보대출금(39조7034억원)과 신용대출금(26조3377억원) 비중은 각각 30.51%, 20.24%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5개 손해보험사의 누적 대출채권 잔액은 66조4538억원으로 전월(66조1282억원) 대비 0.49%(3256억원) 늘었고, 1년 전(60조2828억원)에 비해선 10.24%(6조171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담보대출금이 26조281억원(39.1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기타 대출금 22조3335억원(33.61%), 보험약관대출금 13조148억원(19.58%), 신용대출금 3조7816억원(5.6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로써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보험권 전체 대출채권 잔액은 195조9136억원으로 1년 전(179조6932억원)에 비해 9.03%(16조2204억원) 증가했다.

보험사 가계대출 규모가 확대된 것은 은행의 여신심사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이 크다.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고,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보험약관대출 등 급전대출을 찾는 서민들도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보험사의 가계빚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약관대출이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 등 확실한 담보를 통해 돈을 떼일 위험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평균 연 7~9%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공시 기준 금리확정형 약관대출의 경우 삼성생명(9.22%), 현대라이프생명(8.20%), 교보생명(8.02%), 흥국생명(7.72%), KDB생명(7.59%), 처브라이프생명(7.57%), 동양생명(7.52%), ABL생명(7.52%), 메트라이프생명(7.50%), DB생명(7.38%), AIA생명(7.32%). 푸르덴셜생명(7.19%), ING생명(7.11%) 등의 순으로 평균금리가 높았다.

금리연동형 약관대출은 한화생명의 평균 대출금리가 4.70%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고 동양생명(4.69%), 신한생명(4.67%), DB생명(4.67%), 교보생명(4.63%) 등의 순이었다. 손보사의 금리연동형 약관대출 평균금리는 연 3.49%~4.40%, 금리확정형은 연 4.94%~7.15% 수준을 보였다.

보험약관대출은 대출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을 경우 보험가입자에게 지급될 보험금 또는 해지환급금에서 상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 또는 해지환급금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는 만큼 특별한 위험부담 없이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사의 대출수익인 가산금리(생보사 금리확정형)는 1.5%~2.58% 수준으로, 시중은행 예·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가 1% 초중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1%포인트 가량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약관대출의 경우 은행 대출과 같은 소비대차가 아닌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과 같은 법적 성격을 지닌다"며 "특별한 위험부담이 없는데도 은행 대출보다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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