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전업계 카드사 상반기 순익 1년새 32% 급감
서울페이·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영업환경 악화
실적악화 우려에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전망도

▲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영업환경 악화로 카드업계의 실적부진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한 고객이 카드 가맹점인 음식점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카드업계가 그야말로 울상이다. 수수료 없는 서울페이(제로페이) 도입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영업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실적 부진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에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형 카드사들은 올해 최악의 실적을 낼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6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966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9%(4524억원) 가량 줄었다.

특히 신한카드의 순익이 전년대비 55.3% 줄었고 현대카드는 40.8%, 하나카드는 31.3% 급감했다. 삼성카드도 9.0%, 비씨카드는 23.0%, 롯데카드는 10.8% 감소했다. 상반기 순익이 개선된 곳은 KB국민카드(9.8%)와 우리카드(9.2%)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카드업계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 일회성 요인으로 카드업계 이익이 35% 가량 급증한 것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대손충당금 2758억원(세후) 환입과 비자 지분매각 수익 878억원(세후) 등 일회성 수익이 3600억원 넘게 발생했다. 현대카드는 세금 환급에 따른 일회성 이익 495억원, 하나카드는 채권판매에 따른 일회성 이익 305억원이 순익에 포함됐던 것이 영향을 줬다.

다만, 이러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전업계 카드사의 실적부진은 뚜렷해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일회성 수익과 올 상반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받은 배드뱅크 배당금 390억원을 제외한 경상이익을 비교했을 때 9.3% 감소했다. 현대카드도 작년 세금 환급액을 빼면 올 상반기 순이익이 5.0% 줄었다.

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올해 상반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익이 감소했다. 국민카드의 경우 캠코 채권 매각 이익, 희망퇴직 관련 비용 등 올해 상반기 일회성 요인을 빼면 순익은 2.5% 줄어들고, 우리카드도 올 상반기 배드뱅크 배당금을 빼면 순익이 전년동기 대비로 6.3% 감소했다. 

카드사 실적 악화의 주요 배경은 연이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다. 지난달 말 소액결제 업종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포함해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가맹점 수수료율은 총 11번 하향 조정됐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 적격비용 산출 때 추가로 수수료율을 인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근 소득공제 혜택을 앞세운 '서울페이'의 등장도 카드사들에겐 실적을 갉아먹는 악재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페이의 40% 소득공제율 혜택이 신용카드 사용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카드사 입장에선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부가서비스 등 혜택을 줄이면 고객 불만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섣불리 실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비용절감을 위한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다수 카드사들이 당장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올 하반기 실적 악화가 가중될 경우 확실한 비용절감 방법인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감축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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