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상반기 순익 8.4조원…4대 은행 모두 1조원 넘겨
카드업계 순익은 30% 급감, 생·손보사 실적도 내리막
영업환경 악화에 실적 양극화 심화…실적격차 커질듯

 

▲ 금융권의 '맏형'인 은행은 매분기 역대급 실적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실적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데 반해 보험·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줄줄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과 보험·카드사 간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 '맏형'인 은행은 매분기 역대급 실적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실적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데 반해 영업환경 악화에 직면한 보험·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줄줄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 상반기 8개 전업계 카드사의 순익은 30% 이상 급감했고 주요 생·손해보험사 순익도 두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20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4.0%) 늘었다. 시중금리 상승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이자이익이 크게 늘고 대손 비용이 줄어든 영향이다.

은행권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조7000억원(9.5%) 증가했다.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은 1.67%를 기록, 1년새 0.06%포인트 상승했다. 대손 비용(1조원)도 신규 부실이 줄고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1조7000억원(-61.8%)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모두 1조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 1조3533억원, 신한은행 1조2718억원, 우리은행 1조2369억원, 하나은행 1조1933억원 등이다. 지난해 상반기 9988억원으로 유일하게 1조원을 밑돌았던 하나은행이 1년 새 19.5%(1945억원) 늘어 4대 은행이 나란히 '1조원 클럽'에 들었다.

이들 시중은행 연간 순익은 현재 추세로 보면 모두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경우 국민은행(2조1750억원)과 하나은행(2조1035억원)의 순익이 2조원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실적은 매분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데 반해, 카드업계와 보험업계는 영업환경 악화에 실적부진이 가중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8개 전업 카드사의 상반기 순익은 966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9%(4524억원) 줄었다. 신한카드의 순익이 전년대비 55.3% 줄었고 현대카드는 40.8%, 하나카드는 31.3%, 삼성카드는 9.0%, 비씨카드는 23.0%, 롯데카드는 10.8% 감소했다. 상반기 순익이 늘어난 곳은 KB국민카드(9.8%)와 우리카드(9.2%)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카드사 실적 악화의 주요 배경은 연이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다. 지난달 말 소액결제 업종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포함해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가맹점 수수료율은 총 11번 하향 조정됐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 적격비용 산출 때 추가로 수수료율을 인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보험사들도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상반기 순익은 1조445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992억원(52.7%) 증가했지만, 삼성전자 주식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순익(6944억원)은 26.7% 줄어들게 된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순익(2448억원)도 1년새 39.2% 감소했고, 동양생명의 순익(556억원)은 68.9% 급감했다.

지난해 호실적을 낸 손보업계는 올해 정반대의 상황이다.  삼성화재의 상반기 순익은 665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4.6% 줄었고 현대해상은 9.8% 감소한 2628억원, DB손보는 18.8% 감소한 3001억원, 메리츠화재는 35.1% 줄어든 132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실적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금융업종별 실적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