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규제 기준 상장·비상장 구별 없이 20%로 일원화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재벌가의 대표적인 편법승계 수단으로 지목돼온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일감몰아주기로 논란이 빚어온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21일 당정은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당정 협의에서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별 없이 20%로 일원화해 이들 기업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기존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됐던 기업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의 지난해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74%에 달한다. 서브원은 B2B구매, 건설관리, 부동산관리·임대, 골프장 리조트 운영 등을 하는 기업으로 지주사 LG가 서브원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 등 오너 지분일가의 LG 지분은 46%가 넘는다. 오너일가가 지주사를 통해 서브원을 지배하는 구조다.

서브원의 지난해 매출 5조7100억 원 중 4조5722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이 전량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LG에 100억원대 배당금을 지급했다.

녹십자그룹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녹십자엠에스 등이 일감몰아주기 의심을 받고 있다. 허일섭 녹십자그룹 회장과 그의 세 아들,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 등이 녹십자엠에스 25.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엠에스의 지난해 매출액 215억6000만원중 21.9% 가량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2010년 100%에 달했던 내부거래 비중이 2015년 19.2%까지 하락했지만 2016년부터 다시 증가하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사옥인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건물관리를 맡은 포스메이트가 다시 대신증권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풍원개발에 재하청을 줬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애초 풍권개발이 건물관리를 맡아왔지만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면서 대신증권은 2016년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태광그룹은 오너 사돈가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프로케어는 흥국생명과 흥국생명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로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두 딸이 지분 100%를 보유중이다.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샤니와 호남샤니 등이 논란의 대상이다. 이 회사들은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SPC삼립, SPC네트워크 등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관련혐의로 SPC그룹 계열사를 조사한 바 있다.

이미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곳도 있다. 이른바 ‘갓뚜기’ 착한기업으로 불렸던 오뚜기는 내부거래율이 50%가 넘으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계열사를 하나씩 합병하면서 논란을 해소해왔다. 최근에는 계열회사인 풍림피앤피지주와 상미식품지주를 흡수합병한다.

이마트는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논란을 해소했으며, 롯데정보통신이나 한화S&C도 합병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오너일가의 지분을 정리중이다.

한편 당정은 가격담합, 입찰담합, 시장분할 등의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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