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높아도 일감 규제서 벗어난 ‘사각지대 회사’ 가장 많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정부가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재벌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일감 규제 기준보다 소폭 낮은 지분율로 규제를 피해가는 등 재벌가의 꼼수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효성그룹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도 일감 규제에 벗어나 있는 이른바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이 재벌그룹 중 가장 많은 곳이다. 올 여름 지주회사로 전환한 효성이 계열사 지분 정리 과정에서 이같은 논란을 얼마나 해소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새 법 시행 뒤 효성은 정부의 집중 감시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인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 2083개의 회사 중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는 47개 집단 소속 231개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평균 52.4%였다. 일감 규제대상 회사가 많은 집단은 중흥건설(35개), 호반건설(16개), 효성(15개) 순이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 이상인 회사를 대상으로 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지분율 미달 등 일감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규제 대상인 231개보다 많은 376개나 된다는 점이다. 이중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이상 30% 미만인 상장사는 19개 집단 27개사였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 사이로 규제 기준을 소폭 하회하면서 규제를 벗어난 기업도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HDC아이콘트롤스, 태영건설, 영풍 등 7개나 됐다.

효성그룹은 사실상 조현준 효성 회장의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컴즈, 갤럭시아에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갤럭시아마이크로페이먼트 등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27개로 조사 그룹 중 가장 많았다. 그중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조 회장이 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 자금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앞서 공정위는 이 같은 사익편취 혐의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 그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회장과 효성 측은 “합리적 투자”였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현재 공정위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처럼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은 일감 규제 대상에 오르고 정부의 집중적인 감시망에 놓이게 된다. 개정안은 상장·비상장 모두 20% 이상으로 지분율 기준을 일원화하고, 총수일가 지분율 50% 이상 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감 규제가 시행된 이후 이를 피해가기 위한 재벌가의 각종 편법이 성행했다”며 “새로운 법 시행과 동시에 엄격한 법 적용과 처벌로 일벌백계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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