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자 지연 우려” vs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 안 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뇌물 혐의에 대해 검찰이 징역 14년형을 구형하면서 골육다툼을 거쳐 가까스로 구축한 ‘원 롯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일본 롯데에서 입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과 재계에서는 투자 지연을 우려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경제논리를 내세워 비리 총수가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나는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 공식이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9일 열린 신 회장의 경영비리와 뇌물공여 관련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신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제3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1심 당시에 롯데일가 경영비리사건과 국정농단 사건 각각에서 법원에 요청한 형량과 같다.

검찰은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그룹을 배신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행동했다"며 "관련 증거들이 명백한 만큼 1심이 무죄 판단한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 중한 범죄를 저지른 신동빈 피고인이 또다시 납득하기 어려운 낮은 형을 선고받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신 회장은 오너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회사에 13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국정농단 1심에서 K스포츠재단 지원 등 뇌물죄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2심 선고는 10월 첫째 주에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그룹에서는 이번 검찰 구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그룹의 각종 투자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4조원대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은 1년6개월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으며 베트남 사업 등 각종 인수합병 계획도 답보상태다. 아울러 롯데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추진해 온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도 정체 상태다.

신 회장도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변론을 통해 "저희 그룹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저에게 국가경제를 위해, 롯데그룹을 위해 다시 한 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오히려 총수 중심의 우리나라 그룹 경영의 폐해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총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라며 “총수가 없다고 채용하나 제대로 못하는 현실을 바꿀 생각을해야지, 경제논리를 앞세워 총수일가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 신입 공채와 하계 인턴은 지난해 수준으로 채용했지만 하반기는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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