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사태’ 사과없고 채형석 부회장 횡령 전력 등 도덕성 ‘낙제점’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애경그룹이 ‘홍대 시대’를 개막하면서 경영 세대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82세 고령으로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사진)이 사실상 경영을 진두지휘해오는 상황에서 이번 새 출발을 계기로 공식 승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에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분 문제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올렸음에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는 오만한 대응으로 애경과 오너일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적 승인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본사 이전과 함께 채 총괄부회장의 최고경영자, 즉 회장 승진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순위 50∼60위인 애경그룹은 1954년 6월 세탁비누를 생산하는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해 현재 지주회사인 AK홀딩스 등 모두 46개 계열사로 몸집이 확장됐다. 장 회장은 창업주 채몽인 전 회장이 1970년 사망한 뒤 경영을 이끌어왔으며 트리오, 우유비누 등으로 성공신화를 쓴 뒤 1976년 본사를 공장으로 이전해 '구로시대'를 열었다.

장 회장이 나이가 들면서 장남 채 총괄부회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을 주도했으며 사업을 유통과 항공 등으로 다각화하는 성과를 냈다. 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도 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외형적 준비는 사실상 다 끝난 것으로 보인다. 애경은 2012년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하고, 작년에 '각자 대표체제'로 조직을 개편해 대표이사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했으며, 올 초 모태기업이자 그룹 4번째 상장기업인 애경산업 상장도 마무리했다. 실적도 호조세다. 간판기업인 애경산업은 화장품 등 호조세로 올해 1분기에 역대 최고의 실적을 썼다.

채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안정적이다. 채 총괄부회장은 6월 말 기준 지주사 AK홀딩스 지분 16.1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모친 장영신 회장(7.43%)과 형제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지분은 모두 64.88%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홍대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채 총활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홍대 통합사옥인 '애경타워'에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산업, AK켐텍, AKIS, 마포애경타운 등 5개 계열사와 제주항공 국제영업팀이 입주했다.

하지만 애경의 세대교체가 사회적 승인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애경산업은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인 주원료인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2001년부터 판매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가 39명이었다.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에대해 공정위의 과징금이 떨어지고 애경산업 법인 등이 검찰에 고발당했지만 애경은 과학적으로 입증이 안 됐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한 차례도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다. 보상 역시 약속한 적이 없다.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처벌도 피해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직접 사과까지 했지만 정작 ‘살인 살균제’를 판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고개 한번 숙이지 않은 셈이다.

그 사이 살균제 피해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은 '제7회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를 열고 문 대통령의 사과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에 피해 인정 범위 확대와 옥시, SK케미컬, 애경 등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키로 한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있다. 계열사 AK켐텍 등은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중 AK켐텍은 지난 4월 생산원료에서 유해물질인 PHMG이 포함됐다는 국제공인시험기관의 성분 분석 결과가 나와음에도 사과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려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채 부회장에 대한 도덕성 검증도 남아있다. 그는 2008년 12월 회사 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2009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지만, 201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받았다.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된 바 있다. 이런 그가 애경그룹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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