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되면 총인구 32억명, 경제규모 22조달러 경제불록 탄생
수출 10년간 1.2%이상 증가…중기 수출 확대로 고용확대될 듯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협상이 빠르면 오는 11월에 타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RCEP 16개국 장관급 회담에서 세관 운영 절차와 정부 조달 관련 등 2개 부분의 합의가 도출됐다. RCEP는 총 18개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있는데, 이미 합의된 중소기업, 경제기술 협력을 포함해 4개 항목이 마무리된 셈이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에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FTA다. RCEP은 2011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처음 제시됐고, 2012년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협상 개시가 선언되었다. RCEP이 발효될 경우 총인구 35억명, 경제규모 22조 달러의 거대한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RCEP는 미·일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중국 주도로 시작됐지만,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일본은 이를 대신할 경제공동체가 필요해짐에 따라 RCEP 카드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주변국의 지원이 절실한 중국이 최근 들어 RCEP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연내 타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RCEP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한·중·일 3국은 지역 경제공동체(FTA)가 절실한 상황이다.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로 RCEP 조기 타결을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또한 지역 FTA를 통해 참가국에 영향력을 확대해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국내 경제상황을 외부에서 찾아 돌파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뚜렷이 하고 있다.

일본도 RCEP가 체결될 경우 경제적인 이득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전체 교역량에서 RCEP 참가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하는데, RCEP 체결 후 일본의 역내 교역은 더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중인 미국이 다음은 일본 차례가 될 것이라며 공공연히 말하고 있어,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RCEP의 직간접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RCEP이 발효되면 실질GDP는 향후 5년간 약 0.38~0.68% 증가하고, 10년간 약 1.21~1.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RCEP와 같은 지역 FTA에 참여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약 1.1%의 추가적인 GDP 증대 효과와 약 11억 달러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한 RCEP 참여시 전체 산업에서도 연평균 3.8%의 수출 증대 효과와 287억 달러의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RCEP 체결이 가져올 국내 경제 구조의 변화도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지역 FTA로 내수 중소기업의 수출 중소기업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로 OECD 35개국 (평균 31.5%)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의 숫자도 전체 중소기업 중 2.6%로 독일(11.3%), 미국(4.0%), 네덜란드(10.1%) 등 선진국과 비교해 월등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RCEP 체결로 역내 교역이 확대되고 국가 간 조달 시장이 열리게 되면 내수 지향 중소기업들의 수출 기업화가 용이해져, 전반적으로 우리 중소기업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둘째 수출 중소기업의 확대는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인 고용 확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수출 시작 및 중단의 원인과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제조 기업 중 수출 지속 기업은 수출 중단 기업에 비해 고용, 매출액, 총 요소 생산성, 1인당 부가가치가 각각 34.6%, 49.4%, 24.7%, 25% 높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고용이 중대되어 정부의 고민을 한층 덜어질 수 있다.

RCEP 협상 참가국들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TPP의 효과가 미미하자 RCEP 협상 타결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는 빨리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뒷짐 지고 앉아서 이해득실만 계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상 타결에 동참해 참가국에 영향력을 높여 나가는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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