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기영 기자]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활활 타오른 집값은 이제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어느 곳에 가던 둘만 모이면 집값 얘기다. 이제 국민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 등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집값 오른 얘기다. 참여정부 말기의 현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첫 해에 6·19, 8·2, 10·24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이들 대책의 핵심은 대출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 금지 등 거래 제한, 투기지역 지정으로 주택거래 신고제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으로 모아진다.

이들 대책 중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인 가장 큰 요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와 임대사업자 등록시 양도세 감면이나 대출 확대 혜택으로 볼 수 있다.

다주택자들 중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 사람들은 ‘똘똘한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지방 아파트나 가치가 떨어지는 부동산을 처분하고 서울의 아파트를 매입하느라 몰렸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은 높은 대출비율 덕분으로 갭투자에 적극 나서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부동산 광풍은 묻지마 투자로 이어졌다. 매물이 나오면 물건을 보지도 않고 즉시 계약하고,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비웃으며 그룹을 지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사냥에 나서는 현상이 벌어졌다. 집값 담합 세력까지 등장했다.

빠르면 이번 주 나올 부동산 대책을 국민은 어느 정도 예상한 듯하다. 보유세 인상, 공급 확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이 거론되지만 시행 시기가 너무 늦었다. 지난 8·2 대책 당시에 인상폭을 최소한 참여정부 수준으로 높였어야 했다. 지난 1년 간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현재 기준으로 과세율을 높일 경우 보유세 폭탄을 맞는 세대 수가 너무 많아져 과연 조세 저항을 이겨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 그린벨트를 풀고 지구를 지정하고 택지 개발해서 분양에 들어가는 시간이 평균 6~7년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는 없고, 오히려 개발 붐을 일으켜 불에 기름을 붓는 효과만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우려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대책에 있어서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아무리 강력한 대책이라도 시기와 맞지 않으면 부작용만 따르고, 사소한 대책이라도 적기에 적용하면 효과를 발휘한다. 시장은 이미 내성이 강해졌고 소비자들은 집단화 됐다. 집값을 놓고 정부는 이제 국민과의 전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의지만 가지고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정부는 정교한 정책과 함께 실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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