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손해율 악화…車보험료 인상압박 커져
MG·한화·롯데손보 등 중소형사 손해율 90% 넘겨
"손쉬운 보험료 인상에 소비자 부담 가중" 비판도

▲ 올해 하반기 정비요금 인상과 손해율 악화 등으로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릴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자동차보험료 인상 릴레이가 올 연말에 다시 재개될 조짐이다. 자동차보험의 만년 실적부진 속에 손해율마저 악화일로를 걷으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들은 위험수위에 다다른 손해율을 감당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료 부담에 고객들의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들은 올해 안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인상 시기와 폭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 대형 손보사가 10월 또는 11월에 보험료를 올리면 중소형 손보사들도 보험료 인상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손보업계가 보험료 인상을 위한 군불때기에 나선 배경에는 손해율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에 기습 폭우가 겹치면서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의 손해율은 올 6월 80.6%에서 7월 85.3%로 올랐고, 8월에도 89.2%를 기록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DB손해보험은 6월 79.2%에서 7월 85.4%, 8월 86.3%로 상승했고 KB손해보험도 같은 기간 74.3%, 80.3%, 82.0%로 올랐다. 현대해상은 80.4%에서 87.7%로 올랐다가 87.1%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90%에 가까운 높은 수준이다.

중소형 손보사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한화손해보험의 손해율은 6월 83.4%, 7월 90.6%, 8월 91.8%로 상승했고 MG손해보험은 6월 98.3%에서 7월 104.3%까지 올랐다가 8월 94.6%로 떨어졌다. 롯데손해보험(94.3%), 메리츠화재(83.4%)의 8월 손해율도 9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손해율 상승은 곧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손해율이 손익분기점(71%)를 크게 넘어선 데다 정비업체들이 정비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실손의료보험 갱신으로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동차보험료까지 더 올라간다면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손해율 악화를 방패 삼아 경영합리화를 통한 비용절감 노력 대신 보험료 인상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손보사들이 자산운용에 따른 투자수익을 고스란히 챙기면서도 자동차영업부분에서의 손실 부담을 보험료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보험료 책정의 경우 시장의 자율이라는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자동차보험료만큼은 가파른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자동차보험료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하고 최근 온라인 전용보험 확산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인하 요인도 있다"며 큰 폭의 보험료 인상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박과 고객 불만 등으로 큰 폭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폭의 보험료 인상이라도 최근의 가파른 생활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비용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