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 결정 요인 대내외로 너무 많아… 좌고우면없이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다. 비가 오면 소금장수 아들이 걱정되고, 날씨가 좋으면 우산장수 아들 걱정에 하루가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한다. 생각할 것이 많으면 그만큼 걱정도 늘어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야기다.

요즘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일 것 같다. 한국은행의 설립목적(목표)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으로 한은법에 명시되어 있다. 단순해 보이는 두 가지 목표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은의 기준 금리 결정은 언제나 신중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은은 지난해부터 목표에 ‘고용 안정’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기준금리의 변동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은은 직접적인 목표를 챙길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간접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이 상당히 광범위해진다. 먼저 대내적인 요인을 보면 성장률 추이, 물가 불안, 고용,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이 대표적인 요인이 된다. 대외적인 요인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미·중 무역 전쟁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이 고려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이 고려해야할 경제 현안이 너무 많아졌다. 일례로 지난해 국감에서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나라 기준 금리 인상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미간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자 한은도 미국의 금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주요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최근 들어 고용쇼크와 부동산시장 시장 과열 또한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현안이 되고 있다. 고용쇼크와 관련해 금리 인상은 소비 둔화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용 증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금리 인상을 통해 10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을 일부 회수함으로써 완화가 가능하지만, 15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한은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할 요인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역할이 증대되었지만, 이로 인해 한은의 역할과 정부 경제부처의 역할이 중복되면서 한은의 독립성이 오히려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전에 ‘물가 안정’이라는 하나의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와 달리 지금은 경제 전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은이 처한 상황을 요약하자면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위축과 이로 인한 고용쇼크가 문제가 되고, 동결하자니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부동산시장의 비정상적인 과열이 마음에 걸리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한은이 통화신용정책 과정에서 독립성을 가지고 결정한다는 것이지, 위의 모든 경제 현안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우선이고, 이에 따른 경기 상황에 맞추어 한은은 금리 정책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문제는 정부의 성장 정책 의지에 달려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통해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 경기가 호전되어야,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대로 금리인상을 편하게 추진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으면 걱정도 많아진다. 한국은행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자.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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