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잔액기준 코픽스 주택대출 금리 4% 중반대 진입
美 금리인상·여신심사 강화…연말 5% 육박할 수도

▲ 국내 시중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든 가운데 은행권의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발 정책금리 인상 여파에 국내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초부터 강한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대출금리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날부터 0.02%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KB국민은행은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종전 3.56∼4.76%에서 이날 3.58∼4.78%로 올렸다. 신한은행도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를 3.17∼4.52%에서 3.19∼4.54%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3.27∼4.27%에서 3.29∼4.29%로 인상됐고, NH농협은행은 2.87∼4.49%이던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를 2.89∼4.51%로 올려잡았다.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오른 것은 전날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8월 잔액기준 코픽스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잔액기준 코픽스는 1.89%로 1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으며, 2015년 11월(1.90%)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준이 된다. 코픽스가 오르면 이에 연동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일제히 상승한다.

시장에선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오름세가 연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심사가 한층 깐깐지고 있는 만큼 가산금리 상승으로 인해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국내 시중금리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한국은행도 올 4분기 중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에 탄력이 붙으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변동금리로 대출을 이용 중인 가계는 금리인상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고, 주택담보대출액이 억대인 만큼 약간의 금리 차이에도 피부로 느끼는 대출이자 부담은 훨씬 커지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변동금리로 돈을 빌려 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연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고위험가구(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못 갚는 취약가구)가 8000가구 증가하고, 금융부채는 4조7000억원 늘어난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1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3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7월(4조8000억원)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대출금리 상승 추세로 볼 때 연말에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이 연 5%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 대출이자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어 가계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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