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열리는가.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고 기다려온 그 평화가 이 땅에 이뤄지는가. 이 얼마만인가. 한반도가 공식적으로 분단된 지 70년 만에 평화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2018년 9월19일(무술년 음력 8월10일) 남과 북의 ‘9월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그 ‘평화의 여정’ 시작을 알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을 합의·발표했다. 역시 가장 큰 성과는 비핵화 방안 합의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확약’이란 단어에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또 “나는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방안은 ‘9월 평양공동선언’의 5항에 담겨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①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③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공동선언’ 1항은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면서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이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각각 서명하고 합의서를 교환했다. ‘군사분야 합의서’의 1항은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했고, 2항은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고 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1972년 7월4일 남과 북이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의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원칙, 2000년 6월15일의 ‘6·16남북공동선언’의 ‘자주·통일·교류협력’의 합의내용, 2007년 10월4일의 ‘10·4남북공동선언’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등 8개 항의 합의사항, 2018년 4월27일의 ‘판문점 선언’의 합의내용을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동선언’은 46년 동안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남과 북의 통일노력이 이룩한 결실인 셈이다.

물론 ‘비핵화’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은 남과 북만이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미국이 참여해야 그 실효성이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와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가 이뤄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일단 이번 ‘공동선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허용하는 것과, 또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이 2032년에 공동으로 올림픽 개최를 신청할 것”이라고 전한 뒤 끝으로 “매우 흥미롭다(very exciting)”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뛰어난 협상력으로 ‘비핵화 방안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한반도 운전자론’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 점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이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육성으로 ‘확약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 세계에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한 점이다. 셋째,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 즉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넷째,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기자회견과 ‘서울답방’ 약속을 통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점이다. 다섯째,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설, 금년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개최, 개성

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 등 인도적-경제적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만들어가야 이뤄진다. 남과 북이 만나고 또 만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해야 평화는 이뤄진다. 그래서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들뜨는 것은 금물이다. 평화의 중심은 고요와 적멸(寂滅)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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