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20일 오전 9시33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將軍峯)에 함께 올랐다. 구름 한 점 없는 쪽빛하늘 아래 천지(天池)는 장엄한 자태를 드러냈다. 누구나 천지를 보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고 가슴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두 정상은 손을 번쩍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나가야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리설주 여사는 백두산과 천지의 전설을 설명하며 “오늘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이어 천지로 내려가 주변을 산책했다. 김정숙 여사는 500ml 생수병에 담아온 한라산 물을 천지에 조금 부었다. 문 대통령은 마음속으로 통일을 기원하며 직접 천지에 손을 담가 물을 뜬 뒤 한라의 물이 담긴 생수병으로 천지의 물을 옮겨 담았다. 백두와 한라의 ‘합수’다. 남북통일의 상징이다.

문 대통령은 평소 등산과 트래킹을 좋아한다. 경남 양산에 칩거할 때 지리산을 수차례 트래킹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네 차례 히말라야의 4대 트래킹 코스를 완주한 바도 있다. ‘에베레스트à안나푸르나à라다크à랑탕’의 코스를 모두 섭렵한 것이다. 그는 이처럼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완전 정복함으로써 ‘효변(爻變)’을 통해 자신의 ‘괘(卦)’를 바꿨다. ‘효변’이란 ‘주역(周易)’에 나오는 개념으로 ‘한 획(劃)이 변동하면 전체 ‘괘’가 따라서 변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령, 겨울을 거치지 않고 가을을 곧바로 봄으로 바꾼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대권을 쉽게 거머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9·20백두산 등산’을 통해서도 문 대통령 인생의 ‘괘’가 바뀔 수 있을까. 또 다시 ‘효변’이 일어날까.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과의 ‘동반등산’이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히말라야와 연결돼 있다. 히말라야는 고대 산스크리트(梵語·범어)의 눈‘雪(설)’을 뜻하는 ‘히마(hima)’와 거처를 뜻하는 ‘알라야(alaya)’의 2개 낱말이 결합된 복합어다. 설산(雪山)은 산머리가 희다. 이를 한자어로 표현하면 백두(白頭)다. 따라서 히말라야는 백두산과 같은 의미다. 백두산 산정은 거의 사계절 동안 백설로 덮여 있다. 게다가 산 정상이 백색의 부석(浮石)으로 이루어져 있어 희게 보인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게는 백두산 등산은 히말라야 트래킹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백두산의 주봉 장군봉은 높이 2750m로 동북아 대륙과 한반도, 중국 동북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왜 우리 민족은 이 산을 ‘장군봉’이라 불렀을까. 우리 민족을 지켜주는 ‘장군이 계신 곳’이란 뜻에서 ‘장군봉’이란 한 것이다. 그 ‘장군’은 누구인가.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웅천황(桓雄天皇)이 건국한 배달국(倍達國)의 제14대 천왕인 치우천황(蚩尤天皇)이다. 다른 이름으로 자오지(慈烏支)환웅이라고도 한다. ‘한단고기(桓檀古記)’ 삼성기편에 따르면, B.C 2707년에 즉위해 109년간 배달나라를 통치했던 황제로 ‘전쟁의 신’이다. 그는 신처럼 용맹이 뛰어났고 구리로 된 머리와 쇠로 된 이마를 하고 큰 안개를 일으키며 세상을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치우’란 우레와 비를 크게 만들어 산과 강을 바꾼다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장군봉 동반등산’은 배달겨레의 위대한 수호신 치우천황의 기백과 정신을 백두에서 한라까지 가득 차게 하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남과 북 두 정상이 천지를 ‘동반산책’하며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기원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천지는 8000만 배달겨레가 하늘에 올리는 ‘정화수(井華水)’이다. 즉, 천지를 보는 것 자체가 기도요, 발원(發願)이다. 남과 북 두 정상이 이런 천지에서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공동으로 기원함으로써 5000년 민족사의 일대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이 머지않아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동반등산’으로 인해 문 대통령의 ‘평양 능라도 5·1경기장 연설’이 평양시에 머무르지 않고 하늘을 감동시켰으며, 8000만 온 겨레를 하나로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백두산 천지에도 이렇게 소리 없이 울려펴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

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문재인 김정은의 백두산 동반등산’으로 인해 역사적 ‘효변’이 생겼다면, 8000만 배달겨레와 한반도의 괘(卦)가 바뀌기 시작했을 터. 마침내 ‘평화, 새로운 미래’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에 오면,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아! 백두산이여! 장군봉이여! 천지여!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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