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무시하고 반성없는 기업 절대 용납해선 안돼…가습기 참사는 정부‧국회‧기업 공동책임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처벌 여부가 주목되온 애경그룹과 SK케미칼 대표들이 올해 국감에 소환되면서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두 기업은 소비자 사망사고에도 법적 판단 등의 이유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좌로부터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그의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우리 사회 수면위로 떠오른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 대응에 사과했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조사 진행중이라거나 법적 판단을 이유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애경은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SK케미칼(SK디스커버리)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주성분으로 하는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최근까지 정부에 접수된 공식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수는 6152명, 그 중 사망자는 1352명에 달한다. 그중 애경 제품을 사용한 사망자는 39명으로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애경과 SK케미칼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법적처벌도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그마나 공정위가 두 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공소시효 소멸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올해 3월에는 나온다던 독성실험 결과도 언제 나올지 미지수다. 가해기업들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사이 사실상 ‘독가스’를 마시고 짧은 생을 마감한 아이들을 하늘나라로 보낸 부모들은 달라진 것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엄마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영아를 보낸 부모들은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반면 사과를 거부하고 법적 처벌도 피해간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경그룹의 경우 최근 홍대신사옥으로 이전하고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장남 채형석 부회장의 기업 대물림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참다못한 피해자들은 사실상 정부가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최근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공식 사과 배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검찰은 옥시를 향해서만 칼끝을 겨누다 시간만 끌어 흐지부지됐고 정부는 이들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을 제조 공급해온 SK케미칼과 이를 판매한 애경산업 등으로 수사가 확대되어야 그 진상과 피해가 제대로 밝혀질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올해 국감은 주목된다. 오는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고 피해와 관련해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애초 정의당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최종 배제됐다. 구체적인 이유를 알순 없지만 피해자 보다 재벌 총수를 배려한 조치가 아닌 지 뒷맛이 개운치않다.

국회는 국민의 대변자다. 올해 국감에서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대신에 여전히 사과없는 두 기업의 잘잘못을 제대로 따져야한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배경에는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인 기업들로부터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에 부족한 법과 제도가 깔려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법을 만드는 국회 역시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