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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남북경협 ‘일대일로(一帶一路)’ 반면교사 삼아야
중국의 자국 이익 집착 주변국 반발 필연적…남북, 충분한 논의통해 상생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2018년 10월 10일 (수) 10:07:11 이원호 webmaster@smedaily.co.kr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중국의 장기 국가전략이다. 일대(一带)는 중국 시안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육상 실크로드이고, 일로(一路)는 베이징에서 중국의 각 항구를 통해 동·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이다.

중국은 이미 2000년 전 한나라 시대에 비단, 향신료 등을 교역하는 육상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 무역을 주도했다. 또한 600년 전에는 명나라 정화(鄭和)가 남해원정대를 꾸려 중국에서 아프리카에 이르는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한 바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 사업은 육상 실크로드의 길을 따라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고,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바닷길을 장악해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일대일로의 중점 사업으로 ▲정책 소통 ▲인프라 연통 ▲무역 창통 ▲자금 융통 ▲민심 상통 등 ‘5대 통(通)’을 제시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참여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인프라(철도, 도로, 전력, 가스, 통신)를 연결하고 무역을 촉진해 공동 번영의 길로 가자는 것이다. 또한 소요 자금 조달을 위해 중국이 금융 분야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사업 구상을 밝힌 후, 현재까지 인구 44억, GDP 23조 달러에 달하는 총 65개국에서 일대일로와 관련된 인프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내외적인 불만이 표출되면서 사업 자체가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일대일로 당사국들은 중국의 자본으로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는 공짜가 아니었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로 인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현지 노동력을 배제하고 중국 노동자를 대거 투입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국의 경제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중국은 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자국의 기술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당사국은 국가 부채가 증가하고, 중국 자본에 경제가 예속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주변국들은 급기야 중국에 대해 사업의 재검토 내지는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중국이 지난해까지 400억 달러를 투자한 카자흐스탄에서는 경제 예속을 우려해 반(反)중국 정서가 급속도도 번지고 있다. 일대일로 최대 투자국인 파키스탄에서는 과도한 인프라 투자로 국가 부채가 2017년 기준 외환보유액 214억 달러의 2배가 넘는 564억 달러에 달해, IMF 구제 금융을 고려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마하티르 총리가 중국이 지원하는 2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3개를 보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일대일로 사업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면서 중국의 전략이 급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사실 일대일로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중국이 강하게 추진한데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통한 과거 영광의 재현이라는 정치적인 목적 뒤에 경제적으로 중국내부에서 과잉해소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경제는 2012년경부터 과잉의 문제에 직면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시중에 자금이 넘쳐났으며, 과잉 생산으로 공장에서는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시한 경기부양 정책으로 중국 사회 전반에서 과잉의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대일로는 바로 중국의 과잉 현상을 외부로 돌려 해소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주변국에 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이중적인 목적이 깔려있었다. 따라서 애초에 중국이 말한 것처럼 주변국과 상생한다는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시행 5년 만에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투자 조건을 완화하는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향후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게 되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은 지금 남북경협의 물꼬를 터 나가고 있는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남북 및 북미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북한 내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대규모 남북경협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고,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북경협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예에서 보듯, 지나치게 국내 경제문제 해소만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다가는 자칫 어렵게 찾아온 남북경협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일대일로의 중점사업인 ‘5대 통’에서 첫 번째는 국가 간 발전전략을 충분히 협의하면서 이견을 조정한다는 ‘정책 소통’이었다. 북한에 우리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정책소통’에 대한 양 당사자 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상생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처럼 하면 안 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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