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최근 5년 새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 검찰 고발 의견을 낸 7건 중 1건을 위원회가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렇게 형사처벌 면죄부를 받은 기업의 절반은 대기업이었다.

14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4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은 총 707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 고발까지 간 경우는 183건으로 25.9%에 달했다.

과징금 부과 사건 중에 사무처 심사관이 검찰고발 의견을 냈는데 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사건은 102건(14%)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87건·85.3%)은 고발 기준 점수를 넘어선 경우다. 공정위는 자의적인 검찰 고발 결정을 막기 위해 법 위반을 반복하는 등의 행위를 점수로 산정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심사관이 검찰 고발 의견을 낸다.

이태규 의원은 심사관이 객관적인 점수를 바탕으로 의견을 냈는데 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사유조차 공개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사건 처리 과정은 검찰에서 법원으로 이어지는 사법행정과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공정위 사무처 심사관은 직권조사 등으로 불공정 사건을 조사한 후, 그 결과에 따른 의견(검찰 고발·과징금·시정명령 등)을 첨부한 심사보고서를 작성한다. 검찰 고발은 향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가장 무거운 처분으로 여겨진다.

이 심사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비상임위원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전달되고 위원회는 검찰 고발 여부, 과징금 부과 여부 및 규모 등을 최종 결정한다. 검찰이 수사 뒤 공소장을 작성해 기소하고 구형하면, 법원이 유무죄와 형량, 벌금액수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다.

회의 개최일을 기준으로 보면 고발 기각은 2014년 13건에서 2015년 41건으로 폭증하고 2016년 12건으로 감소했다가 작년 34건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2건이었다.

작년 기각이 많았던 이유로 공정위는 17개 아파트 재도장·방수 공사 담합에서 사업자들이 대규모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발 점수는 충족하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인 점을 고려해 위원회에서 고발 처분까지는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발 의견이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피심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면죄부를 받은 기업 절반이 자금력과 법적 대응력이 우월한 대기업이라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검찰 고발 의견 기각 102건 중 50건은 대기업 사례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4월 LG전자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가 있다.

당시 심사관은 LG전자가 스마트폰 부품 단가인하를 합의 이전 생산분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식으로 29억원에 달하는 하도급대금을 깎은 행위가 위법성이 크다고 보고 고발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위원회는 법위반 고의성이 약하다며 3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만 부과하고 고발 의견은 기각했다.

이 밖에도 지난 5년간 KCC건설, CJ제일제당, SK건설, 현대건설, BNP파리바은행, 기아자동차, 금호산업, 코오롱글로벌, LS, 포스코엔지니어링, 효성엔지니어링, GS홈쇼핑, 두산건설, 삼성중공업, 태영건설, 삼성물산, 현대백화점 등이 검찰고발을 피했다.

이 의원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행태"라며 "고발 의견으로 올라간 건을 위원회가 고발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 사유와 근거를 공개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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