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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정책-인사, ‘전광석화’처럼 바꿔라
최저임금·은산분리 등 정책 역주행 하면서 ‘촛불 민심’ 돌아서
문 대통령 삶의 현장 곳곳 방문해서 민의 제대로 듣고 살펴야
2018년 10월 26일 (금) 12:01:46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정부가 걱정된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한 정치평론가는 “걱정이네요. 왜 저렇게 밖에 못하죠. 얘기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교수는 “이제 바꿀 때가 된 것 같아요. 성과가 전혀 나지 않아 참모들을 확 바꿔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언론사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대기업 과장급 인사는 “젊은 사람들이 (문 대통령지지층에서) 조금씩 빠져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사들이다.

심지어 박근혜퇴진촛불 2주년 조직위원회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개악, 은산분리 완화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심은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59.3%(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대와 학생층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지만, 국민의 삶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동양 제왕학의 텍스트 ‘맹자(孟子)’의 첫 부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위나라 양혜왕이 맹자를 접견하고, 이렇게 질문했다. “왕이 말하길, 선생(맹자)이 천리를 멀다 않고 이리 오셨으니, 또한 장차 내 나라를 어떻게 하면 이롭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王曰 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왕은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孟子對曰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양혜왕이 위나라의 국가이익(국익), 즉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길을 묻자 맹자는 인의(仁義)를 강조했다. 인(仁)이란 덕(德)이요 사랑의 원리이며, 의(義)란 마음의 제재요 일의 마땅함이라는 것이다. 맹자는 국익만을 추구하면 나라는 부강해질지 모르지만 백성들의 희생이 뒤따라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백성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국정의 중심은 ‘백성의 삶’이라는 맹자의 인식은 요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이 먼저다’는 슬로건은 ‘국민의 삶이 먼저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나 ‘인내천(人乃天)’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 중심’은 ‘국민의 삶 중심’이며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의 ‘국민의 나라’도 ‘국민의 삶이 국정의 중심이 되는 나라’라는 뜻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공정한 대한민국’이다. 슬로건대로라면 맹자가 강조했던 ‘인의(仁義)의 나라’다.

그런데 과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이 국정의 중심이 되고 있는가. ‘국민의 삶’을 바꾸는 ‘포용국가’ 비전은 얼마나 성과를 냈는가. ‘인(仁)’과 ‘의(義)’는? 탁상공론에 불과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삶의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보내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그대로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그저 ‘신기루’일 뿐이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북한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은 국익의 문제다. 양혜왕의 ‘이(利)’로 분류되며 맹자의 ‘인의(仁義)’와는 거리가 있다. ‘평화’가 ‘인의’에 우선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평화’가 보장돼야 ‘인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인의’가 먼저다. ‘인의’가 구현되지 않으면 평화를 추진할 수 없다. 동력을 상실한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평화 추진은 결코 성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마천(司馬遷)은 맹자의 이 대목을 읽고 크게 탄식하고, “이(利)는 진실로 난(亂)의 시초”라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국익 우선주의’로 국정을 운영하면 난(亂)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물론 한반도 평화는 국익의 최우선 순위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는 국정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다음 순서여야 한다. 국민의 삶이 어려우면 평화를 아무리 외쳐도 먹히지 않는다. ‘포용국가’ 실현이 한반도 평화 구현에 우선한다. 즉, 대한민국 국민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반도 평화의 토대를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남북관계 개선은 차분하게 추진하면 된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조급하게 생각할 게 없다.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삶의 현장 곳곳을 방문하고 국민의 소리를 청취해야 한다. 바닥 민심이 어떤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현대적 ‘인의 구현’이 무엇인지를 사색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반듯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국정기조도 바꿀 때가 됐다. 각료와 참모들도 바꿀 때가 됐다. 그 시간이 된 것이다. 시간은 생명이다. ‘역(易)’이다. 2017년 5월9일의 시간과 2018년 10월26일의 시간은 다르다. 크게 세상이 변했다. 자고 나면 얼마나 많은 기술과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쏟아지고 있는가. 그럼에도 기존의 정책, 기존의 참모를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시로 각료와 참모진을 교체하는 것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사로 평가된다.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다. ‘전광석화(電光石火)’ 모드가 필요하다. ‘전광석화’의 속도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정책도 인사도 ‘전광석화’ 속도로 바꿔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솔류션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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