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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경제사령탑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 정치’하는 비서 청와대 떠나야
문 대통령, 초야에서도 인재 찾아야
2018년 11월 02일 (금) 12:05:20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청와대는 주미대사를 권유했으나 장 실장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청와대를 떠나면 당분간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동연 경제부통리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싶은 심정이 왜 없겠느냐”면서 “(사퇴) 단계나 때가 될 때까지는 예산 심의를 포함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양대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와 장 실장 후임인사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월 중에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 후임으론 홍남기 총리실 국무조정실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장 실장 후임으론 김수현 사회수석,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을 교체하기로 한 것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기조가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가 최저임금인상 등 주요 정책을 놓고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불협화음을 빚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여권의 일각에선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기조가 잘못된 게 아니라 프레임에서 졌다”고 말한다. 최저임금제 등으로 인해 경제가 망한 것처럼 공격한 야권의 프레임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게 실책이라는 얘기다. 장 실장의 ‘낙관론’이 또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후임인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인사들이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된 이유는 내년에도 경제가 호전될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이 지속되는 한, 경제부총리가 책임감을 갖고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야(草野)에 인재는 많다. 학력과 경력만을 보고 고르려 하기 때문에 어렵다. 스펙를 보지 말고 현자(賢者)를 찾아야 한다. 3200여 년 전(B.C.1200년) 중국 상(商) 때 이야기다. 22대 무정(武丁)이란 왕이 있었다. 재위 59년 동안 상나라를 번영시킨 유능한 왕이었다. 그의 국정운영의 핵심은 인사(人事)였다. 인사의 절정은 노예 출신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발탁한 것이었다.

신영자 박사의 ‘갑골문의 비밀’이란 책에 따르면 무정이 태자 시절 민간에 잠행하며 현자를 찾아 나섰다. 무정은 도로공사 현장에서 부열을 만났다. 부열은 신분이 비천한 노예 출신이었지만 ‘판축법(版築法·흙의 이완을 방지하는 토목공법)’이란 토목기술을 개발해 공사기간을 단축했고 공사의 효율성을 높였다. 무정은 이런 부열을 만나 친구가 됐고, 그가 현자임을 알아봤다. 그리고 왕이 됐을 때 지혜를 발휘해 신하들의 반대를 잠재우고 부열을 재상에 기용했다. 부열은 ‘판축법’으로 홍수방지, 농경지 확대, 성읍축조 등에 기여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특히 청동에 합금을 넣어 청동기 제조술을 개발해 석기시대를 벗어나게 했다. 청동기 예술의 정수인 ‘사모무대방정(司母戊大方鼎)’은 부열의 작품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들 얘기만 듣고 쉽게 결정하지 말고, 무정이 부열을 찾았던 것처럼 현자를 찾아야 한다. 강가의 수많은 모래 속에서 ‘금’을 찾는 자세로 인사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경제사령탑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2020년 21대 총선에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는 장관 등 고위관료나 청와대 인사들을 교체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해 ‘자기정치’, ‘호가호위’, ‘패권주의’를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민심의 일부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청와대 주도의 과도한 국정운영은 문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줬다. 최근 임 실장의 ‘선글라스’ 논란이 그 단적이 사례다. 청와대의 행정관만이 비서가 아니다. 행정관, 비서관, 수석비서관,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모두가 ‘대통령 비서’다. 비서는 정책집행자가 아니다. 대통령 보좌 이상의 업무는 월권이다. 지나친 ‘언론노출’도 비서의 본분을 벗어난 일이다.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운명을 같이한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야말로 ‘자기정치’를 하고 싶으면 청와대를 떠나 민주당으로 가면 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도, 프란치스코(Francis Jorge Mario Bergoglio) 교황의 평양방문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사(人事)’다. ‘사람이 먼저다’는 슬로건은 ‘인사가 먼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과거’보다 ‘지금’, 그리고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인사’는 ‘야무유현(野無遺賢)’이다. 현명한 사람이 모두 등용됨으로써 민간에 인재가 없을 정도가 돼야 백성이 편안하고 나라가 부강해진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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