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없고 대기업 위기 때 중소기업 같이 ‘휘청’
대기업에서 강소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 전환해야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정치인 출신의 장관까지 임명했지만 중소기업들의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의 생산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세를 기록하고 경기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을 사실상 부품 납품, 하청업체로 종속시킨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책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97.0(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13.9% 감소했다.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올해 2월부터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들면서 2009년(-8.8%)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제조업 생산은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낙폭은 0.4%에 그쳤다. 2015년 감소 폭(-1.1%)보다 작은 수준이다.

서비스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9월 중소기업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증가 폭(2.1%)보다 축소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대기업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과 같은 수준인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똑같은 경제 여건에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더욱 열악해졌다는 것으로, 지난 1년간 틈만 나면 쏟아졌던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의 효과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경기전망도 어둡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11월 업황전망 '중소기업 건강도지수'(SBHI)는 86.1로 지난달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중소 제조업은 생산과 내수, 수출, 영업이익, 자금 사정 등 대다수 전망치가 최근 1년간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

부진에 빠진 조선, 자동차 등 대기업의 위기가 중소기업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몇 개 대기업의 경영 실패가 수많은 중소기업을 덮치고 우리 경제까지 멍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향후 금리인상이 본격화 경우 중소기업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매달 이자내기도 버거운 한계기업들의 경우 줄도산이 우려된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낙수효과는 사실상 없고 결국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종속되는 구조만 고착됐다”며 “대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중소기업들은 납품 물량 감소는 물론 납품가 인하 압박에까지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경제 악화로 여론이 악화됐다고 해서 또다시 몇몇 대기업에 기대는 모양새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몇몇 대기업만 살게 되는 경제구조를 강소중소기업 중심의 탄탄한 경제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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