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고비용·저효율’ 구조…경직된 조직문화, 경영진 상황 판단 능력 바뀌어야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5일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0%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은 24조4337억원으로 1.0%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67.4% 감소한 3060억원에 그쳤다. 발표된 3분기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영업이익률 역시 1.2%로 전년 동기대비 3.8%p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 ▲미·중 무역 갈등 지속 우려 ▲러시아와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 발생 등 외부적인 영향을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현대차의 3분기 어닝 쇼크는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다.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외부 요인으로 해석하는 현대차 내부의 판단은 참으로 안일하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해 올바른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데 방해가 된다.

현대차 영업이익의이떨어진 것은 이번 3분기만의 현상이 아니다. 2013년 이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매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011년에 두 자릿수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이 지금은 1%대로 추락했다. 주요 경쟁사인 토요타, 폭스바겐, GM 등은 올 상반기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현대차(1.2%)와 계열사인 기아차(0.8%)와 비교해 높다. 특히 BMW(11%), 토요타(9.3%)는 현대·기아차보다 영업이익률이 10배나 높게 나타났다.

현대차 수익성 악화의 근본 원인은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016년 자동차 업체의 평균 임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5개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은 9213만원으로 토요타 9104만원, 폭스바겐 8040만원보다 높게 나왔다. 반면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HPV(Hour Per Vehicle)는 현대차 국내 공장의 경우 26.8시간이다. 토요타(24.1시간), 포드(21.3시간), GM(23.4시간)보다 길다. 경쟁업체에 비해 임금은 높지만 생산성은 떨어진다.

그런데 현대차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지만 노사가 힘을 합쳐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더욱이 앞으로도 고착화된 이 구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현대차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원인으로 강성노조의 존재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회사 실적에 상관없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쁜 노조의 행동은 분명 비판 받아도 마땅하지만, 그 원인을 노조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현대차 내부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경영진의 상황 판단 능력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

지난 10년간 세계 자동차업계는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구조조정과 효율성을 제고해 왔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자동차 선진업체들이 개발한 기술을 발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역할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안주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나아갈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이 시기에 현대차는 삼성동 구(舊)한전 부지를 10조원에 매입해 부동산 개발업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 문화와 경영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라면 미래가 암울한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현대차가 이번 어닝 쇼크에 대비해 미래 사업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는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친환경,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부터 부품, 물류 등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는 데 익숙한 현대차가 미래사업을 위한 수평적 협업체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올해 들어 자율주행, 공유경제와 관련한 업체 다수에 투자하고 협력하고 있지만, 사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현대차가 자리 잡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주변에서 협력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수직계열화 구조와 다를 바가 없다. 경영진은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차가 지금의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 변화 등 외생 변수와 강성 노조를 탓하면 안 된다. 그 전에 경영진의 사고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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