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3년6개월간 편법 꺾기 의심거래 33조원 넘어
기업은행이 38% 차지…꺾기 최다 건수·금액 불명예
"매년 국감 단골소재 전락했지만, 개선 효과는 미미"

▲ 대출을 빌미로 중소기업에게 예금 등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은행권의 '꺾기' 관행이 여전한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편법적인 꺾기거래 최다 건수·금액을 기록했다. 사진은 IBK기업은행 본점 모습. 사진=기업은행 제공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대출을 빌미로 중소기업에게 예금 등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은행권의 '꺾기'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은 국책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부여받은 IBK기업은행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편법적인 꺾기 의심거래 최다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얻으며 '직무유기'를 질타하는 여야 의원들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7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3년 6개월간 기업은행에서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금융거래는 총 29만9510건, 금액으로는 12조8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권 전체의 꺾기 의심거래(69만2787건·33조3319억원)의 40% 안팎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10만156건·3조6203억원), KEB하나은행(7만1172건·2조2678억원), 우리은행(5만9181건·3조3598억원), 신한은행(2만707건·1조3797억원) 등의 순으로 편법 의심거래 건수가 많았고 지방은행의 경우 건수는 대구은행이 3만2152건, 금액은 경남은행이 7512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꺾기'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빌미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예·적금,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은행법 제52조는 은행의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주의 의사에 반해 예금가입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 은행상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30일이 지난 이후 가입하는 금융상품은 위법이 아닌 만큼 이 기간을 피해 31일부터 60일 사이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사례를 구속성 금융상품 의심거래, 일명 '편법 꺾기'로 의심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을지로 중소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은행의 편법 꺾기 관행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김병욱 의원은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에 더해 은행의 불공정행위에 이중삼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체 기업대출 중 보증부대출에서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달한다"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들에 보증부대출을 취급하면서 꺾기로 비치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시중은행의 경우 보증부대출이 취급된 32만9585건 가운데 2개월차 금융상품 가입이 1만5005건(5%)인 반면, 기업은행은 보증부대출 22만7144건 중 2개월차 상품 가입이 3만2515건(14%)으로 3배 가량 많았다.

김 의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정부가 90%를 보증하는 보증부대출을 활용해 창업 중소기업에 꺾기를 요구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꺾기 금지 등을) 교육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꺾기는 금융권의 대표적인 '갑질'로 간주된다. 자금조달 창구로 은행권 대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은행의 금융상품 가입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은행의 꺾기 관행에 대한 비판은 매년 국감의 단골소재로 다뤄져왔지만,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라며 "법망을 피한 교묘한 편법으로 중소기업을 울리는 은행들의 갑질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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