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자동차·반도체 경쟁력 약화…혁신기업 성장하도록 토대 마련해줘야

올해 초 3%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계속 하향 조정되면서 국내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534개사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403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47%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130조원, 당기순이익은 96조원으로 각각 7.88%와 1.92% 늘어났지만, 이 중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했다. 수출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 실적에서도 반도체 착시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조선과 철강 등 전통적 주력 제조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 등 신흥국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분기에 2조원대의 수익을 내던 현대자동차의 순이익이 올 3분기에는 3000억원대로 급감해, 자동차산업 마저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제 반도체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반도체산업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상승세가 지속되어 온 반도체 경기가 4분기부터 꺾일 것으로 예상이 우세하다. 최대 고객인 중국의 모바일업체들이 스마트폰 재고를 줄이기 위해 메모리 주문을 중단하고 있어 반도체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주력 반도체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감안한다면, 반도체 산업이 몇 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언급한 전통적인 주력 제조업이 설 땅을 잃어 간다는 것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그동안 대기업 및 수출 위주의 성장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조업 경쟁력을 먼저 상실한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한번 상실한 경쟁력은 회복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에서 탈피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존의 대기업이 서서히 퇴진하는 동안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성장 정책에 힘을 더 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혁신성장을 통한 혁신기업이 출현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경제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기존의 대기업과 손잡고 경제정책을 과거로 되돌리면 안 될 것이다. 혁신은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가 외국 언론에 보도되었다. 지난 12일 중국의 경제일보는 한국 대기업들의 ‘패밀리 경영’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었다. 경제일보는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은 기업성장과 경쟁력 강화보다는 자녀 승계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기업 성장을 통한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하면서 자녀 승계와 같은 개인적인 욕심 챙기기에 바쁜 대기업에 우리는 더 이상 기댈 필요가 없다.

미국은 70년대 이후 철강, 전자, 자동차 등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경쟁력을 상실해 도태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세계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첨단산업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전통산업의 뒤를 이어 계속해서 나타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도 이 점을 교훈삼아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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