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노조원 성향별 관리 의혹…노조 부당노동행위 강력 반발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수년간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으로 사실상 ‘실업자 양성소’라는 오명이 붙은 현대중공업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현대중공업은 강성 노조원은 빨간불을 뜻하는 'R'로, 우호적인 노조원은 초록불을 뜻하는 'G'로 표기하는 등 이른바 ‘신호등’ 노조원 관리 체계를 구축, 성향별로 노조원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노조는 한시 파업에 들어가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2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드러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측의 공식사과와 함께 불법적인 노무관리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사측은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꾸준한 예방 교육을 실시했지만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강조하면서 관련 부서장급 인사대기 조치와 자체 감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측은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자 제보로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진행해 온 노조 말살 정책이 드러나자 사측이 부서장급만 인사 대기 조치하는 등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도 일개 간부급 직원이 임의대로 이같은 일을 벌일 수 있었겠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용부의 부실조사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지난해 1월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불법 노무관리를 각각 폭로했는데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고용부 울산지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대중 부당노동행위를 내사 중이다.

이번 사태로 노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015년 경영난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수천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조선업황이 악화된 탓이지만 경영진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책임을 벗기도 힘들다. 희망퇴직이 단행될 때마다 사측은 어려운 회사 사정을 앞세웠지만 노조는 경영실패의 책임을 왜 직원들에게만 전가하느냐고 반문했다. 입장차가 커지면서 임금‧단체협약 협상도 매년 꼬이고 있다.

수주 상황이 호전되고 현대중공업 실적이 회복기미가 감돌고 있는 올해도 이런 상황에 변동은 크지 않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실적이 호전되는 계열사에서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이 너무 과한게 아니냐는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원들과 이런 현실과 대비 되는 것이 오너 경영의 부활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구조를 정비해 지주사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중심의 경영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 와해 포석으로 의심되는 교묘한 방법으로 노조원을 성향별로 집중 관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측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