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 통신구 화재로 보상금만 수백억원…실적도 ‘먹구름’
경찰, 황창규 회장 국회의원들에게 로비한 혐의로 수사중
KT새노조 “낙하산 경영진들이 통신공공성 외면한 인재”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KT아현지사 화재 사고에 따른 보상액이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면서 KT 실적에 먹구름이 일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 수십명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통신구 화재로 통신장애가 발생한데다 KT의 대응도 미숙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곳 회선을 쓰는 서대문과 용산, 마포, 중구 일대에서 유·무선 전화, 인터넷, IPTV,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등이 일시 마비됐다. 특히 주말 대목을 준비하던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KT의 초기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1층 통신구에는 방재나 복구 시설이 제대로 없었으며 통신장애 발생에도 이동기지국 배치 등 긴급 복구작업은 화재 발생 수시간째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딘 통신망 복구로 장사가 급한 소상공인들은 속을 끓었다. 내달 1일 첫 5G 이동통신 전파 송출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KT가 보여준 위기 대응 능력 수준이었다.

KT 실적에도 먹구름이 일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KT 아현지사 건물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보상액은 300억~4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소상공인 피해 보상액까지 감안하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KT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6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이에 따라 KT의 수익성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통신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업체가 이번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24일 KT 가입자는 전날보다 828명 순감했다. 신규 가입자보다 이탈자가 이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날 가입자 감소 폭은 전날 증가한 83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4일 각각 246명과 582명 순증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황 회장 등 경영진에게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KT새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통해 “화재는 어쩔 수 없이 발생했을지 모르지만 엄청난 통신대란으로 비화된 것은 인재이며 KT 경영진의 책임”이라며 “이석채, 황창규 등 통신 문외한인 KT의 낙하산 경영진들로서는 통신 공공성을 불필요한 비용요소로 취급했고 이번 KT 아현지점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은 인식의 필연적 귀결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통신공공성을 외면한 KT 경영진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KT 구성원 모두 통신공공성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KT가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임원 40여명의 이름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벌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