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날짜 확정돼야 서울 답방 가능
북한 내부 반발과 남한 보수세력 집회도 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회의 차 방문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이후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김 위원장은 12월에 서울에 올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 위원장의 답방은 그 자체로 세계에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와 비핵화, 남북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를 모두 다 담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고, 남북평화가 이뤄진다면 모든 국민이 정말 쌍수로 환영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강하게 촉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6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한 미 두 정상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판단하고 이처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청와대측이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 노력에 추가적 모멘텀(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두 정상이)의견을 같이했다”고 분명하게 밝혔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어 뉴질랜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클랜드 시내 코디스 호텔에서 저신다 아던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연내냐 아니냐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게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또다시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 갔다. 김 위원장의 결단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왜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울답방을 합의했으면서도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서울을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1월 중순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 ‘1월 초 서울답방’, 1월 말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 ‘1월 중순 서울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월 초에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 ‘1월 말 서울답방’이 성사될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안으로 서울답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가령 정부는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전 세계 취재진을 위한 프레스센터 공간도 아직 예약하지 않고 있다.

둘째,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가 완화·해제되지 않는 상황에선 서울답방에서 얻을 게 없다고 판단, 최종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보다 대북제재의 완화-해제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 두 정상이 이번 6차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하면서도 대북제재는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 완화·해제에 대한 미국의 사전보장이 없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비핵화나 경제개혁을 반대하는 내부 강경파들의 반대가 의외로 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서울답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경파들은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북한의 생존이 가능했고, 경제개혁개방을 추진할 경우 ‘민주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김일성 주석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서울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기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가동 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선 남북경협에서 얻을 게 별로 없다는 판단이 반대기류 저변에는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 군부 등 일부 강경파들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서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서울이 개방적인 국제도시인데다가 보수단체들의 답방 반대가 강해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측근들은 답방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답방 시 남한의 보수와 진보 단체들 간의 충돌이 우려되고 격렬한 반대집회에서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빛을 바랠 수가 있다는 판단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위원장도 평양 정상회담 당시 남한 내 보수 세력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째, 김 위원장의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서울 방문을 약속한 바 있으나 지키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남한 보수세력의 테러가 무섭고 북한 내부의 반발이 두려웠기에 오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2000년 6월13일 오전 11시쯤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눈 대화의 일부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두려움이 드러나 있다. ‘김대중 자서전 2’ 267~268쪽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검은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오른쪽 뒷좌석에 올랐다. 그런 다음 김 위원장은 뒤로 돌아 뒷좌석 왼쪽에 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이었다. (중략) 김 위원장이 마음 놓으라고 얘기하며 ‘북에 오는데 무섭지 않았습니까. 무서운데 어떻게 왔습니까’라고 말했다. (중략) 김 위원장에게 나의 바람을 얘기했다. ‘남북 국민과 세계가 관심을 갖는 회담에서 민족에 희망을 주는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손을 잡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첫 마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에 오는데 무섭지 않았습니까. 무서운데 어떻게 왔습니까”라는 이 발언에서 6·25를 비롯해 군사적 도발을 수없이 감행했던 북한이 갖고 있는 남한에 대한 공포심, 두려움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에 대해 적개심을 갖고 있는 남한 국민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섭다’는 표현을 썼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의 심리적 두려움, 불안감이 완전 해소되지 않고는 서울답방이 의외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편안하게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결국 우리 국민의 몫이다. 진정한 평화는 ‘과거’를 ‘용서’해야 가능하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산상수훈이 떠오른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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