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조직개편·인력확충, R&D센터 건립 등 잇따라
은행권 "올해 경영목표는 디지털 역량 강화" 한목소리
신기술·서비스 개발 등 디지털혁신 경쟁 치열해질 듯

▲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기반한 디지털금융 시장이 은행권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디지털부문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이 꼽은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는 '디지털 혁신'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대세로 자리잡은 데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이 예고되면서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생존을 위한 숙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기반한 디지털금융 시장이 은행권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디지털금융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은행간 기술개발 및 혁신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디지털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T)'을 선포한 KB금융그룹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혁신부문을 신설하고, 지주 내 디지털·IT·데이터 부문을 총괄하게 했다. 디지털혁신부문장은 허인 국민은행장이 맡아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략을 이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디지털 혁신조직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2025년까지 디지털 관련 분야에 대한 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및 디지털 인재 4000명 양성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직원의 디지털 혁신 참여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 지수'를 개발·운영할 예정이며, AI와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디지털 신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IT 기술혁신센터도 신설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지난해 10월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열고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KEB하나은행은 디지털전환 특임조직인 '디지털 랩'과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했으며, 기존 업무프로세스혁신부는 본부로 격상했다. 디지털기술 전담 조직인 'DT랩'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해 AI, 디지털전환,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기술의 선행 연구를 통해 디지털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디지털 부문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현재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양재동 전산센터 자리에 디지털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 중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R&D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농협은행이 최초다. 이 곳에선 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핀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오피스 공간도 마련된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신기술인 시선추적 기술을 적용한 ATM(Eye-Tracking ATM)을 금융권 최초로 개발했다. 예금입금·출금, 계좌이체·송금, 예금조회 등 은행 서비스를 화면 터치 없이 눈의 움직임 만으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르면 올 상반기 시범 설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AI기술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사용한 새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디지털 중심의 영업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도 디지털금융 역량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빅데이터 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영업지원부문 소속이었던 디지털금융그룹을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는 국내 부문에 전진 배치했다.

지방은행들도 '퍼스트 디지털 은행'을 외치며 디지털 전환에 고삐를 죄고 있다. 부산은행은 생체인증 시스템, 지능형 순번시스템이 결합된 '디지털컨시어지'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배치된 미래형 영업점을 운영 중이며, 경남·전북·광주·대구은행도 조직개편, 전문인력 확보 등을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IT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 등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로 디지털금융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조직의 디지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의 파상공세 속에 은행들의 디지털 혁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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