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어 보험·증권·카드사 등 희망퇴직 단행
청년채용 압박에 디지털금융 확산·업황부진 여파
실적악화 직면한 제2금융권 몸집줄이기 불가피

▲ 연말연시 시중은행은 물론 증권·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연말연시 금융권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증권·보험·카드사들도 잇따라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며 몸집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둔화와 정부의 규제 강화 등 영업환경 악화로 올해 금융사들의 실적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희망퇴직이 정례화 수순을 밟으면서 새해에도 금융권의 인력감축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 규모 및 시기 등을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노사간 협의 등을 통해 조만간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정례적인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올해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총 610명의 신청자 중 597명이 퇴직대상자로 확정됐다.

지난 2017년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인력구조 개선에 나섰던 우리은행은 지난달 1964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해 274명을 내보냈고, 현재 별도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의 인력감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경남·전북·광주은행이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총 3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은행권에 종사하는 임직원 규모는 매년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19개 국내 은행의 임직원 수는 총 11만346명으로 1년 전(11만1211명)보다 865명 감소했다.

보험업계에도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118명을 내보냈고, NH농협생명은 23명이 희망퇴직했다. 신한생명도 지난달 근속 20년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증권가도 예외가 아니다. KB증권에서 시작된 희망퇴직은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대형 증권사로 확산하는 중이다. KB증권은 지난달 1975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6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 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 2013년과 2015년 이후 처음 진행되는 것으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비롯해 45세(1975년생) 이상으로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 45세 미만의 근속 연수가 15년 이상인 직원이 신청 대상이었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등 영업환경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 역시 인력감축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 KB국민카드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카드사 희망퇴직의 신호탄을 쏜 현대카드도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 초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 컨설팅에서 200여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제안받은 바 있다. 

다른 카드사들도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올해 실적부진 우려에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 노조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자발적인 수요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며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압박에다 디지털금융 등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으로 영업점이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금융사의 몸집줄이기는 올해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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