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개장 이틀 만에 2000선 붕괴…'1월 효과' 무색
대외 악재에 기업이익 하향세 뚜렷, 반등 모멘텀 없어
"위축된 투자심리 지속…상반기 박스권 장세 불가피"

▲ 코스피가 신년 증시 개장 이틀 만에 2000선이 무너지는 등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5년 동안 2000선 안팎을 오가며 지루한 게걸음 행보를 보였던 '박스피(코스피+박스권)'가 올해 또다시 재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국내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휘청이고 있다. 대외 악재에 짓눌린 코스피는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1%대 급락세를 연출하며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데 이어 3일에는 2000선까지 내주는 등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바닥을 찍고 반등할 모멘텀마저 보이지 않으면서 코스피가 대세 하락장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과거 5년 동안 2000선 안팎을 오가며 지루한 게걸음 행보를 보였던 '박스피(코스피+박스권)'가 또다시 재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1.71포인트(0.59%) 오른 2005.41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1.30포인트(0.07%) 내린 1992.40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1984.53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10월 30일 기록한 전저점(1985.95)을 2개월여 만에 하향 돌파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강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는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1.52% 급락한 데 이어 전날에도 1% 가까이 하락하면서 2년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2000선마저 무너지면서 증시 공포감을 키웠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000선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 급락장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처럼 코스피가 새해 초부터 급락세를 연출하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수출 등 국내기업의 실적 부진 전망에다 중국 제조업 지표의 하락,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국내외 악재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국내 기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2일(현지시간) 애플이 중국 내 판매 부진을 이유로 분기 실적 전망치를 크게 낮추자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의 낙폭이 커졌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애플의 실적 전망치 하향과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 등의 영향으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83%),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2.48%), 나스닥지수(-3.04%) 등 주요 지수가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연일 약세를 이어가면서 새해 증시 개장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1월 효과'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감도 한층 약화하는 모습이다. 1월 효과는 새해 기대심리와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으로 1월에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증시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당분간 약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하향되는 국면인 만큼 반등 모멤텀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초 160조원 수준이었던 2019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이 2개월만에 145조원으로 급감했다"며 "실적 전망 재조정은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최근 눈높이 하향 조정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로선 실적 바닥을 확인하기 전까지 주가 반등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과 유로존, 미국 제조업 지표, 한국 수출 등 세계 경기 선행지표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고, 앞으로 발표될 미국 경기지표들도 눈높이를 하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세계 경기 둔화세가 안정돼야 국내 기업의 이익 추정치 하향 추세도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기 둔화 등이 지속되면서 지수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둔화로 글로벌 교역량 증가세 역시 둔화되겠지만 한국 수출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주식시장의 상승을 제한하던 요인이 올 상반기에도 이어지면서 박스권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기둔화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주식시장은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완화되며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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