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민호 기자] 국내 주요 그룹 20여곳의 총수들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주식의 30%가량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재벌닷컴이 자산 5조원 이상 6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한 작년 말 기준 상장사 지분의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22개 그룹 총수가 본인 명의 주식을 개인 대출이나 계열사 자금 차입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있었다. 해당 총수 22명의 주식 담보 비율은 29.6%로 집계됐다. 즉, 보유주식 2억6855만3697주 가운데 7953만5738주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주식 담보 비율이 가장 높은 총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본인 명의의 두산 주식 133만7013주를 채무변제를 위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4개 금융기관에 모두 담보로 맡겨 담보비율이 100%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 중 69.2%인 141만751주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보유 중인 한화 주식의 55.4%인 940만주를 자금차입 등의 목적으로 각각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겼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선친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한 LG 주식의 49.9%를 용산세무서 등에 담보로 내놓았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48.6%), 김준기 DB그룹 회장(44.5%),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43.3%),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39.4%), 이우현 OCI 대표이사(36.7%),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36.3%), 최태원 SK그룹 회장(33.1%) 등도 보유주식의 30% 이상을 담보로 줬다.

주식 담보 대출은 주식을 매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권만 담보로 내주며 특별한 위법행위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의결권 행사에도 제약이 없다. 이에 따라 대주주들이 운영자금 확보 경로로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 수준으로 내려가 채권자가 반대매매에 나설 경우는 주가가 하락을 가속하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위험이 있다.

또 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 사유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재정상태 불안정으로 인식돼 주식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대주주의 주식 담보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종목은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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