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기대출 연체율 오름세, 5개월새 0.2%p↑
개인사업자대출도 상승곡선…대출 질 악화 우려
"금리 상승기 부실채권 정리·모니터링 강화해야"

▲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 등으로 중소기업계의 경영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대출이자마저 빠르고 오르면서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자산 성장의 축이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 빠르게 이동하며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출의 질적 악화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86%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1.67%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하락했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개인사업자대출도 0.40%로 한달새 0.02%포인트 올랐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액에서 원리금을 한 달 이상 연체한 금액의 비중을 말한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5월 0.69%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6월 0.48%로 0.2%포인트 가량 떨어졌지만, 7월 0.58%로 반등한 이후 8월 0.65%, 9월 0.56%, 10월 0.64%, 11월 0.67% 등 다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체율은 지난해 7월 0.33%, 8월 0.37%, 9월 0.34%, 10월 0.38%, 11월 0.40% 등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1.70% 내외로 중소기업대출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성동조선해양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3월 연체율이 0.45%에서 4월 1.76%로 급등했다. 다만 지난해 8월 1.80%를 기록한 이후 9월 1.78%, 10월 1.72%, 11월 1.67% 등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경영난에 자금사정이 악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들도 장기화된 경기불황과 치열한 경쟁 등으로 매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중소기업대출의 질적 악화가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전반적인 대출 연체율이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영향으로 그나마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해 온 상황에서 내수부진 및 수출둔화가 이어지고 대출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부실채권 규모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정부의 가계빚 옥죄기 여파에 가계대출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은행권의 수익원은 가계에서 중소기업대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기업대출 활성화 독려로 중소기업대출을 취급할 정책적 유인도 커지면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93조104억원으로 전월대비(689조279억원) 3조9825(0.58%) 늘었다. 1년 전(649조9888억원)과 비교해서는 43조216억원(6.62%) 확대된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연체율 악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는 등 건전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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