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8일 경고성 하루 파업 강행, 5차 총파업까지 계획
금융권 파장 불가피…다른 금융사 노사관계에도 영향
경영진 책임소재 문제에 '고객볼모' 비판 고조될 수도

▲ 임금피크제와 페이밴드(호봉상한제), 성과급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KB국민은행 노사가 최종 협상에 실패하면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19년 만에 총파업이 현실화됐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임금피크제와 페이밴드(호봉상한제), 성과급 등을 놓고 KB국민은행 노사간 합의가 끝내 불발되면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19년 만에 파업이 현실화됐다. 사측이 거점점포와 영업시간 연장 등 총파업에 따른 임시 대책을 강구했지만, 업무공백에 따른 고객들의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노조는 하루짜리 경고성 총파업에 이어 이달 말 2차 파업 등 강도 높은 추가 투쟁을 계획 중이어서 총파업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열고 공식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2000년 12월 주택·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의 파업이다.

전날 오후 11시께 국민은행 노사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페이밴드·성과급 등의 핵심 쟁점을 놓고 최종협상에 돌입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사실상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특히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놓고 노사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노조는 산별 협상에 따라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1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직급별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통일하면서 팀원 이하의 경우에는 6개월 연장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선포식에는 오전 8시 50분 기준으로 주최측 집계 총 9000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이 휴직자 등을 포함해 1만40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직원의 60% 가량이 파업에 동참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파업에도 불구하고 전국 1058개 영엄점을 오픈했다. 다만, 영업점에서 일부 업무가 제한 될 수 있어 거점점포,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ATM의 정상 운영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거점점포의 경우 영업점 규모와 고객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총 411개점(서울 145개점,–수도권 126개점,–지방 140개점)을 운영한다. 국민은행은 객장 혼잡, 대기시간 증가 등을 대비해 본부 직원 등을 영업현장에 파견하고 스마트상담부의 상담인력을 확충하는 등 고객불편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파업은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지만, 노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3월 말까지 단기 파업이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이 예정돼 있으며, 3차(2월 26∼28일), 4차(3월 21∼22일), 5차(3월 27∼29일) 총파업 일정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번 국민은행 총파업이 금융권 전체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대표 시중은행의 파업이라는 상징성이 크고, 현재 임금단체협상에서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KEB하나은행 등 다른 금융사의 노사관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은행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국민은행 부행장 이하 경영진 54명은 파업을 막기 위해 지난 4일 허인 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이들의 사직서에는 이날 총파업으로 국민은행의 영업이 정상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경영진의 사의 표시는 총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표현 성격이 강하지만,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하면서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데다 향후 노사간 대립구도 장기화로 추가 파업이 진행될 경우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 파업 발생에 따른 책임소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입장에선 노사 갈등의 얽힌 실타래를 하루 빨리 푸는 게 급선무"라며 "앞으로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노조의 파업강도가 세질 경우 고객 불만은 물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파업에 나선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하는 등 부정적인 여파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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