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부진 사장 집 공사비도 회사에서 처리 의혹
비슷한 사례 잇따르면서 ‘기업 사유화 청산’ 목소리 높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국내 주요 재벌그룹 총수일가가 회사 돈을 집 인테리어 등 사적용도로 마음대로 썼다는 혐의로 잇따라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내 재벌 총수일가의 기업사유화의 한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회장 자택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자택에서도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자금으로 개축과 증축 공사가 이뤄졌다”며 “이부진 사장과 삼성물산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이건희 회장 집 공사비 33억원을 회사 돈으로 내준 혐의로 삼성물산 임직원 3명을 기소된 상황에서 그의 딸인 이 사장의 자택 공사에도 삼성물산 회사 돈이 들어갔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폭로는 2005∼2012년 삼성 총수 일가 자택 공사를 했다는 지스톤엔지니어링 대표의 제보아래 이뤄졌다. 이 회사는 삼성물산 돈을 받고 이부진 사장 자택 내 수영장과 연못 방수처리 공사 등을 한 구체적인 자료도 제시했다. 삼성물산이 도급을 준 것으로 가장해 공사업체에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새로 지어준 이부진 사장 집에 하자가 발생해 수리를 해준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자택 수리비와 경비원들의 용역 대금을 회사 돈으로 지급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자택 경비를 맡은 용역업체 유니에스에 지급할 비용 16억1000만원과 자택 시설 유지·보수공사 비용 4000여만원을 한진그룹 정석기업이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정석기업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사 소유 건물의 경비 용역비 또는 주차 용역비로 쓴 것처럼 허위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BBQ 윤홍근 회장은 거액의 회삿돈을 자녀 유학자금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윤 씨의 아들이 미국 현지 법인에 연봉 6만 달러를 받는 상근직 이사로 등록돼 급여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이 돈을 유학비로 썼다는 혐의다. BBQ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주회사는 말 그대로 주주들의 회사이지만 현실은 소수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처럼 그들의 말 한마디가 법이 되고 기업이 좌우되는 실정”이라며 철저한 수사로 이같은 적폐를 청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