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 추진
은행 이사회·노조 "장기집권 시도" 반발 거세
지루한 집안싸움에 신뢰·이미지 타격 불가피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추진이 은행 이사회와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면서 은행장 선출을 둘러싼 지루한 집안싸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제2본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DGB금융그룹이 대구은행장 선임을 놓고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대구은행장 겸직을 공식화하자 노조가 김 회장의 '장기집권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은행 이사회도 김 회장의 겸직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지주와 은행간 집안싸움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임 행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대구은행으로선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 개최한 자회사최고경영자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에서 김태오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 겸직체제로 간다고 결의했다.

자추위는 지난 10개월여 동안 공석이었던 대구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최고경영자승계절차 개시 후 후보자 추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대구은행에서 추천한 2명을 포함해 8명 안팎의 후보자 역량과 은행장으로서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및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김 회장을 한시적으로 겸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게 자추위의 설명이다.

대구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된 김 회장은 오는 15일 열리는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추천을 거친 뒤 주주총회의 결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은행장에 선임된다. 하지만 은행 임추위가 김 회장 겸직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김 회장을 은행장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낮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DGB금융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안건이 통과하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주주총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DGB금융은 대구은행 주식 100%를 보유한 유일한 주주로 겸직 안건을 스스로 주주총회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3월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이 대구은행장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10개월째 행장 공석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박인규 전 행장은 지난해 9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받았다. 그는 2014년 3월부터 2017년까지 각종 채용 절차에서 함께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박 전 행장은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해 3월 DGB금융 회장과 대구은행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고 4월 말 구속됐다. 이후 박명흠 전 부행장이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와왔고, 박 부행장의 임기 만료로 지난달 퇴임함에 따라 김윤국 부행장보이 새 직무대행에 선임됐다. 

지난해 상반기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이 차기 대구은행장에 내정됐지만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은행 안팎의 압박을 받으면서 지난해 7월 자진 사퇴했다. 대구은행 내정자의 중도 낙마 사태가 벌어지자 업계에선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하자 대구은행 내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지주 측이 최고경영자(CEO)의 제왕적 권한에 따른 비리 차단 등을 위해 권한을 분산한 원칙을 무력화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내부 출신 후보자를 선출하지 않을 경우 전 직원과 함께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은행장 선출을 놓고 지주와 은행간 지루한 집안싸움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고객신뢰와 이미지 추락을 불러오고 있다"며 "전임 수장이 채용비리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과 조직정비를 위해선 CEO리스크를 하루 빨리 털어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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