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습기 메이트 유해성’ 입증…검찰 수사 탄력
사망자 있는데도 애경산업·SK케미칼 사과조차 없어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수사를 재개했다. 그동안 과거 정부의 조사에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과 조차 거부했던 애경산업과 SK케미칼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이들 회사가 팔았던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이 입증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불을 전망이다. 사망자는 있는데 살인범은 없었던 기묘한 사건의 결론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 15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 이마트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된 자료를 분석 중이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이 인정된 옥시 등은 사법처리가 이뤄졌지만 ‘가습기 메이트’는 지난 2011년 과거 정부의 조사에서 유해성이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으면서 수사가 사실상 중단, 이를 만들어 판 SK케미칼과 애경산업도 법적 처벌을 피해갔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재조사를 통해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이 입증되고 이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를 재개했다. 최근 환경부는 CMIT/MIT 쥐 흡입 실험에서 독성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메이트 사용자의 빅데이터 분석도 이뤄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K케미칼은 문제가 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했고, 애경산업은 이 제품을 시중에 판매한 업체다. 두 기업이 판 가습기 메이트는 모두 63만7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들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에 스스로 이들 성분의 독성을 경고했던 SK케미칼은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사과를 거부했으며, 제품에 ‘삼림욕 효과 및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다’는 라벨을 붙여 제품을 판 애경은 자신들은 판매만 했다며 뒤로 빠졌다. 거센 비판여론에도 이들은 피해자에 제대로 된 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고통을 받는 사이 두 기업은 승승장구 했다. SK케미칼은 SK디스커버리를 자회사로 편입돼 왕성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으려 애경그룹은 신사옥이 위치한 홍대 시대를 열면서 장영신 전 회장의 장남 채형석 부회장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에는 가습기 메이트 판매 이익이 일조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데 문제의 제품을 판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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