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 3대 경제대국 성장 전망…정부, 중기 진출 맞춤형지원시스템 마련해야

지난해 12월12일에 있었던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Reliance Group) 무케사 암바니 회장의 딸 결혼식은 초호화판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혼식 축하연에 초청된 인사들도 세계적인 거물들로 채워졌는데, 이 중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릴라이언스 그룹과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킹 차원에서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축하연 참석은 우리 기업이 인도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도 노이다 지역에 인도 최대 휴대폰 공장인 제2공장을 준공하면서 탈(脫)중국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준공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참석해 양국 모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 기업이 인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중국 시장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2016년 사드 갈등으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해 시장을 다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베트남을 필두로 한 아세안 국가가 우선 대안으로 떠올랐고, 실제로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지로 향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 정부가 천명한 ‘신 남방정책’의 범위가 아세안을 넘어 인도까지 포함되면서 인구 13억명의 거대 시장인 인도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경제 규모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아세안 국가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 않는다. 인도의 경제 규모는 현재 세계 6위지만, 2030년에는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연평균 7%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미개발 지역이 많다. 1인당 GDP는 2017년 기준 1900달러로 불과해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젊은 인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타트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중국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의 첨단 기업들은 이미 인도의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거나 인수를 통해 인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애플 또한 올해부터 아이폰X 시리즈와 같은 최신형 휴대폰을 인도에서 조립하기로 결정해 중국 시장의 부진을 인도에서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2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글로벌 생산 분업구조의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발표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의 위상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 제조업 평균임금 상승 등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자 하는 중국 진출 외국기업 수가 많아졌다”면서, 최근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상품 공급망이 재편되는 되는 추세라 지적하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인도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인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아직까지는 대기업의 협력회사 형태로 진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도는 지리적으로나 역사·문화적으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와는 다소 이질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진출하기에는 위험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신 남방정책’을 통해 동남아 국가와 인도와 교류를 확대하고 있지만 베트남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이 현재 가장 뜨거운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미래의 성장성과 잠재성을 고려한다면 인도는 우리가 반드시 잡아야 할 거대 시장이다.

인도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맞춤형 지원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현지시장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초기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진출 기업들이 빠르게 현지화에 성공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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