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반도체 등 국제 경쟁력 약화…‘수소경제 로드맵’ 제대로 실행해서 미래 먹거리 찾아야

정부는 지난 17일 울산시청에서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 최대의 수소 생산업체인 ㈜덕양 3공장을 방문해 수소 제조 시설을 둘러보면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날 발표된 로드맵은 2018년 9월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수소경제추진위원회’에서 약 3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다. 주요 내용은 ▲2040년 수소차 누적 생산량 620만대(내수 90만대, 수출 330만대)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 ▲경제·안정적 수소 생산 및 공급 시스템 조성을 조성 ▲그레이(Grey) 수소에서 그린(Green) 수소 생산으로 패러다임 전환 ▲수소생산-저장·운송-활용 전(全)주기에 걸쳐 안전관리 기준 확립 등으로 수소 산업 전 분야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정부의 전방위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정체되고 신규 일자리 창출이 뒷걸음질 치는 등의 불안감을 표출했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면서 성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 분야로 하는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위 3대 전략투자 분야 중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대책을 가장 먼저 발표한 배경에는 ‘수소차’와 ‘연료전지’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한 넥쏘에 장착된 연료전지는 1회 수소 충전으로 약 800㎞ 까지 주행이 가능해 현재 출시된 연료전지시스템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미국, 중국 등 우리보다 앞선 국가들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소 분야에서는 수소차를 양산하는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수소차 전용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초기 투자 전략에 따라 우리나라가 세계 수소 산업을 선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은 ‘수소차 생산’과 ‘수소충전소 확충’의 문제를 넘어 수소에너지 생태계 전체를 염두에 둔 점이 돋보인다. 미래의 에너지원으로써 수소는 단지 화석연료의 대체재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앞으로 수년 안에 컴퓨터, 통신 혁명이 수소 에너지 혁명과 융합되면서 21~22세기의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강력한 혼합물이 탄생할 것”이라면서 수소경제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안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첫째, 수소 분야를 미래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산업부 내 전담부서도 준비하지 않고 발표했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석유나 가스, 원자력 등과 같은 수준의 전담부서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소 산업도 결국은 민간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활성화된다. 전담부서가 없다면 예전의 창조경제처럼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민간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를 할 수 없다. 정부가 일관성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믿음을 먼저 심어주어야 한다.

둘째,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데 비해, 미래의 수소사회를 지탱할 에너지 공급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 아쉬움이 남는다. 산업부 추산대로라면 2040년 수소차 290만대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수소연료 58만t이 필요하고, 발전소용 수소연료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소연료 526만t을 확보해야 한다. 수소연료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생산기조 때문에 생산량 증가에 한계에

부딪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해외에서 가장 값싸게 수소연료 생산하고 수입할 수 있는 지역 연구와 투자가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철강, 조선, 자동차 등의 산업이 점차 국제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심지어 반도체마저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수소 산업은 우리가 미래에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발표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꾸준하게 추진되어 혁신성장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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