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협비행 한국 공격을 유도하는데 목적
조용하고 치밀하게 내실 있는 국방력 길러야

잇따른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을 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사실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일감정(反日感情)’이 솟구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 ‘후안무치(厚顔無恥)’, ‘견강부회(牽强附會)’, ‘어불성설(語不成說)’…. 여러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동원해도 일본의 태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치밀러 오르는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일본의 교활한 술수에 말려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 

더욱이 올해는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아닌가. 뭔가 한일관계에 역사적으로 한 획을 긋고 가야하는 시점이다. 거창하게 기념식을 올리고 다양한 이벤트로 국민감정을 달랜다고 시원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왜 그러는지, 그 저의가 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전략을 세우고, 또 전략을 세우며 수없이 고민하고 사색하고 토론해서 모든 지혜를 모아 대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1초계기가 지난 2018년 12월20일 오후 3시 경 독도의 동북방 160㎞ 지점에서 조난당한 북한 어선의 조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국 해군 구축함인 광토대왕함에 고도 150~500m까지 접근했다. 도발, 의도적인 도발로 보인다. 그 이후로도 일본 초계기는 아래 현황과 같이 수차례 도발을 감행했다. 치밀하게 작전을 세워 의도적으로 우리 해군 함정에 접근, 위협비행을 했다.   

일본 초계기의 이런 ‘도발’은 지나간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참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역사, 그 역사는 1876년 2월3일(음력) 조선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강화도조약(江華島條約)’, 일본의 식민주의적 침략의 시발점으로 평가된 ‘불평등조약’이다. 당시 일본은 중무장한 군함 운요호(雲揚號)를 수도의 관문인 강화도 초지진에 접근시켜 연안 포대의 포격을 유발시켰다. 운요호는 일본 해군의 군함이었음에도 일본의 군기(軍旗)를 달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군함으로 위장한 것. 그래서 조선의 포대는 포격을 가했던 것이다. 이에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이 군사력을 동원해 조선을 협박했다. 8척의 군함과 600명의 군대를 부산에 따로 상륙시켜 놓았다. 일본의 조선 침략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최근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143년 전 운요호의 ‘위협접근’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헌법개정, 재무장, 화해치유재단 해산,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문에 일본이 그러는 것이란 분석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깊고도 깊은 음흉한 야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천착하고 또 천착해야 한다. 일본의 위협비행은 한국의 공격을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 해군이 고조된 국내 반일감정에 편승해 일본 초계기를 공격할 경우 독도-제주도-이어도 주변의 공해가 분쟁지역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한일 간에 국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본의 노림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일본은 북미수교와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할 수 있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 즉 통일이다. 한일 간 분쟁이 일어나면 북미대화는 중단되고 남북관계도 꼬일 수 있다는 점을 일본은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앞으로 지속적인 위협비행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일본이 핵무장을 선언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한일 간의 국지전에서 북한이 남한을 지원할 경우 일본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워 핵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된다고 본다. 미국의 군사정치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은 얼마 전 국내 한 모임에서 “사실상 일본은 핵무장 국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지금 현재 핵무장을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

셋째, 일본은 향후 북한과 동북아시아 개발에서의 ‘지분참여’를 미국에 요구하기 위해 초계기로 한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북미정상회담 결과 북미수교와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일본의 최대 현안은 북한개발 참여다. 일본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 ‘북한 특수’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주와 시베리아 개발 참여다. 일본이 한국을 자극하고 북미-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면, 미국은 일본의 북한개발 참여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일정책은 ‘신중 모드’여야 한다. 절대로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우리 군에 강력하고 적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은 레토릭에 머물러야 한다. 우리 군이 ‘자위권적 조처’를 자칫 잘못 적용했을 경우 일본에게 핵무장의 명분을 주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해군 함장들은 공해상이라고 해도 공격용 STIR-180(레이더)을 절대로 가동시켜서는 안 된다. 한일 양국이 맺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폐기해야 한다는 섣부른 주장은 ‘무지-무정보-무전략’만 드러낼 뿐이다. ‘반일감정’만을 부추기는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신, 고요하게 치밀하게 내실 있는 국방력을 길러야 한다. 드론-AI-블록체인을 활용한 첨단전략전술도 개발해야 한다. 고대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 장군이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해군을 참패시킨 것이나, 조선의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일본 해군을 전멸시킨 것은 지형적 특성을 이용한 전략전술의 승리였다는 교훈도 잊지 않아야 한다. 힘이 있어야 도발하지 않는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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