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주식 팔아 ‘실탄’ 충분…고강도 인력퇴출 우려도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조선업계가 ‘초대형 조선사’ 현대중공업 중심의 1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빅딜이 성사되면 그동안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그룹 승계가 유력시 되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국내 조선왕’이라는 타이틀이 얻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노조 반발과 정부 일자리 창출 독려에도 고강도 인력구조조정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인수뒤 대규모 인력 퇴출이 이뤄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55.7%)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인수 제안을 논의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직접 이사회 논의 결과와 산은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를 놓고 산은과 물밑에서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종업계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할 곳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최근 사우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1조8000억원 규모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2조원대로 추산되는 대우조선 인수가와 맞먹는 실탄이 확보된 셈이다.

대우조선 민영화가 필요한 산은 입장도 매각에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정부와 대우조선은 경영정상화 이후 매각 추진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정성립 사장은 지난해 11월 "조선업계의 시장상황을 볼 때 국가의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빅2 체제로 가야 한다"며 "빅2 체제가 국내 조선업계 경쟁력 확보에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매머드급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에따라 업계 판도도 현대중공업이 중심이 되고 삼성중공업 등이 뒤따라가는 1강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애물단지였던 '소난골 드릴십'을 해결하고 신규 수주도 증가하면서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전체 매출 9조621억원, 영업이익 8071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LNG선에서 강점을 가진 대우조선과의 사업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대량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경영난을 이유로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해 몇 년 사이에 수천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 와중에는 사측이 이른바 ‘신호등’ 노조원 관리 체계를 구축, 성향별로 노조원을 관리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동종기업 간 인수나 합병시 중복 사업이나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인수기업의 의지와 노동정책에 따라 구조조정과 처우 수준이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