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후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가진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이어 8일에는 전국 시군구 기초단체장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을 시작으로 경북 포항, 경남 창원, 울산, 대전을 차례로 방문한 바 있다. 조만간 부산에서 개최되는 ‘스마트시티 전략 보고회’에 참석한다. 중앙과 지방에서 다양한 ‘소통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소통행보’는 돌아서고 있는 민심을 다시 붙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시중에 팽배한 ‘위기론’을 잠재우고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간담회에서 이런 저런 건의들이 쏟아졌다. 면전에서 ‘쓴소리’도 나왔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사실 설날 연휴 동안 만나본 친지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경제위기론’을 저마다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짜뉴스, 황당한 얘기도 했다. 그동안 청와대와 민주당 주변에서 일어난 유치찬란한 사건사고들이 설 민심을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우환의식(憂患意識)’이 가가호호(家家戶戶) 면면촌촌(面面村村)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나라의 살림과 미래를 걱정(憂)하고 근심(患)하고 있는 것이다.

우환의식은 맹자(孟子)의 “군자유종신지우(君子有終身之憂)”의 ‘우(憂)’와 “무일조지환야(無一朝之患也)”의 ‘환(患)’에서 나온 말이다. 군자는 ‘종신지우(종신토록 평생 잊지 말아야 할 숙명 같은 근심)’를 가지고 살지언정 ‘일조지환(아침나절 정도 짧은 시간 동안의 걱정거리)’을 가지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우환’을 타이완(臺灣)의 남회곤은 ‘역경잡설’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우환흥방(憂患興邦·우환의식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이 정치철학의 기본원칙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우환의식이 지도자를 긴장시키고 국민들을 뭉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20년 전 IMF경제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위기 때마다 나라가 일어서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 지도자가 국민 사이에 팽배한 ‘우환의식’을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다음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우환흥방’이 가능한 것이다.

첫째, 겸손해야 한다. 변명은 금물이다. 국민의 ‘우환의식’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둘째,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기업가와 노동자, 청년과 장년 사이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은 금물이다.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셋째, 경청의 덕을 쌓아야 한다. 말을 아껴야 한다.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소통의 핵심은 경청이다. 끝으로 참선하면서 화두(話頭)를 단전에 놓고 동정일여(動靜一如)를 유지하듯, 나라와 국민에 대한 걱정과 근심을 시종 단전에서 놓고 하루하루를 지내야 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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