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동산규제 속도조절해야”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집값 하락으로 전세값이 더욱 빠르게 떨어지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값이 전세금 보다 떨어진 일부 지역에선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줄 수 없는 이른 바 '깡통전세'가 늘어나고 있다. 매년 집값이 폭등한 뒤 하락하면서 나타나는 이 같은 우려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하면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전세가격은 올해만 15주 연속 하락 중이다. 아파트값도 내림세다. 특히 지난해 지방 아파트값 하락에도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벌써 13주 연속 하락이다. 최근엔 전세값이 집값 하락세 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지난해 67%까지 뚝 떨어졌다.

문제는 가격이 비쌀 때 들어간 세입자들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7년 7월 둘째 주부터 2018년 1월 첫째 주까지 100.8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당시 세입자들이 이 기간 동안 가장 높은 전셋값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 1월말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중 11개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2017년 1월)보다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세 만기가 2년이라는 점에서 올해 역전세난과 깡통전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주목된다. 보증금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 결과 집 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보증회사가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돈이 지난해 160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398억원 대비 4배 이상 불어났다.

일각에선 ‘역전세난’과 ‘깡통전세’가 확산될 경우 가계부채와 금융권 부실 문제로 이어질 수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는 현재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에게 집을 담보로 전세금 반환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역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하거나 경매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책 마련과 함께 현재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일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속도라면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역전세난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며 “집값 하락세가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집값과 전셋값이 급격한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을 찾도록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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