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초대형 조선사 도약…노조 입지 강화로 노사갈등 심화 우려도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현대중공업의 ‘메가 조선소’ 꿈이 9부 능선을 넘었다. KDB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 단독 후보로 선정하면서 이제 독과점 문제 등을 넘어서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노사갈등, 재무구조 리스크 등의 문제가 재점화 될 수 있어 이번 인수가 현대중공업에 독이 될지 약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삼성중공업의 불참으로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 인수 후보자로 확정했다. 향후 대우조선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현장실사를 거쳐 본계약이 체결되면 중간지주사 형태의 '조선통합법인'이 생기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여기에 편입된다. 산은은 이 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현물 출자해 2대주주가 되고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1조2500억원을 주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을 추가한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 주주 동의 등 문턱을 순조롭게 넘게 되면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초대형 조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세계 시장점유율(수주 잔량 기준)도 무려 21.2%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 중심의 오너경영 체제를 부활시키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는 강력한 오너십을 대내외 과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에게도 이번 인수는 긍정적이다. 최근 수년간 수천명의 인력감축이 이뤄지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회사가 분할, 합병되면서 노조의 외형은 적잖게 약화됐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 인수로 강성으로 통하는 대우조선 노조와 한 솥밥을 먹게 됐다. 사측이 강력한 오너십 부활을 도모중인 상황에서 그동안 노조와해의혹, 인력감축과 임단협 등에서 갈등을 깊어진 노조의 세 또한 대폭 불어나게 된 셈이다.

이미 두 노조는 인력감축을 수반한 인수에 반대하는 등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산은이 인수과정에서 인력감축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이들은 동종업계의 인수합병에서 일부 정리가 불가피하고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고강도 인력구조조정을 벌이고 일부 지역 조선소를 폐쇄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번 인수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무 리크스가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조선업황이 아직 침제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그룹 전체가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설계인력은 현대중공업으로 흡수되거나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현대 군산조선소와 같은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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