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율 높은 기업 견제는 쉽지않아

[중소기업신문=이민호 기자]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하면서 지난해 스튜어트십 코드를 도입하고 올해 일부 ‘나쁜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국민연금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지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27일이 기업들 주총 일정이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가 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기준 3월 27일 정기 주총을 예고한 기업은 223개사(유가증권시장 80개, 코스닥시장 143개)에 달한다. 그다음으로 3월 26일(180개사), 29일(86개사), 22일(84개사), 21일(72개사), 15일(69개사) 등이 많은 기업의 주총이 몰린 날이다.

올해 주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중에서 '오너 갑질' 등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거나 지배구조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 등이 국민연금의 경영 견제를 받을 전망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을 필두로 행보를 본격화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저배당을 지적받아온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스스로 배당확대 정책을 수립하면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에따라 주총 시즌이 본격화되면 국민연금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지만 일각에선 그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를 제기한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막강할 경우 국민연금이 기관 등 다른 주요주주들과 연대를 한다고 해도 주총 안건 하나 제대로 막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주문했지만 "배당성향 상향은 최대주주에 혜택을 준다"며 차라리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쓰는게 맞다며 주주제안을 거부했다.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의 요구에 정면으로 맞선 남양유업의 이런 자신감은 대주주 지분율이 전체 과반을 넘는 지배구조 아래 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홍원식 회장(51.68%) 및 특수관계인(2.17%)의 지분율은 총 53.85%에 달하지만 2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율은 6.55%에 그친다. 오너 일가가 대거 주총에 불참하거나 찬성 표를 던지지 않는 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가결을 위한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이전에도 효성 주총 등에서 국민연금이 문제 있는 인물의 이사 선임안에 반대했지만 지분율에 밀려 실패한 경우가 심심치 않았다.

이에따라 국민연금이 ‘나쁜 기업’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더욱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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