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 경제모델보다 놀라운 ‘한강의 기적’ 본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늘 27~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개최장소가 어디가 될지 관심을 모았지만 미국의 양보로 북한이 선호한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수도 하노이로 최종 결정되었다.

이날 발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트 글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평화를 진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 아래 대단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다...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경제적인 로켓(a different kind of Rocket-an Economic one)이 될 것이다”라며 2차 정상회담의 성공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폐기와 관련해 경제적 지원을 밝힌 것은 이전부터 여러 번 언급된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일 인민무력성 방문 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향의 관건적인 해인 올해에 인민군대가 한 몫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이 자신의 경제개발 의지를 미국에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장소가 베트남으로 결정된 것도 북한의 향후 개혁개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은 1986년 토지의 국가 소유와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 발전을 꾀한다는 ‘도이머이’ 정책을 채택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북한 또한 도이머이와 같은 유형의 대외 개방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베트남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1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인 싱가포르와 이번 2차 회담 장소인 베트남은 북한의 향후 개혁개방과 관련해 공통분모가 있다. 싱가포르의 경제 발전 모델이 등소평 시절 중국의 개혁개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유지하면서 고도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를 달성한 싱가포르 모델에 착안해, 중국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적 경제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정치체제-시장경제 체제’라는 중국식 모델을 받아들이면서도 자국의 실정에 맞게 변형한 도이모이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의 경우 개방 초기에 해외에 퍼져있는 화교자본의 역할이 지대했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화교자본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1995년 미국과 수교하고 아세안(ASEAN)에도 가입해 해외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추진했다.

많은 전문가는 베트남의 경험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로 먼저 경제 규모면에서 너무 작은 싱가포르나 너무 큰 중국에 비해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비슷하고, 가장 최근에 개방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북한에 현실적인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다음으로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는 있지만, 초기에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에 발을 넓혀 갔다는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식 경제개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베트남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정치적으로도 1945년 노동당 창건 이래 70여 년 동안 3대를 세습하며 공산당 일당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베트남식의 전면적이고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경제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정치체제를 위협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개방정책을 펼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베트남식 모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종국에는 중국의 점진적이고 특구중심 전략과 베트남의 전면적인 개방 정책 사이에서 북한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개방 초기 중국의 화교자본 및 베트남의 해외자본보다 더 우수한 ‘남북경협’이라는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경제개발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어, 싱가포르나 중국, 베트남보다 더 좋은 경험을 북한에 전수할 수 있다.

최근 남북철도 연결 사업과 같은 북한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발전시켜 나가 북한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제 3의 개혁개방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북한의 급격한 정치·경제적 변화는 우리 안보 및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북한이 중국식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베트남식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뒷짐 지고 쳐다보지 말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의 개혁개방 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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