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수출 11.7% 줄어…반도체 부진 등으로 석달째 감소 예상
'최대 수출국' 중국 수출 넉달째 내리막…中企계 위기감 고조
정부 "올 하반기 수출반등 예상, 수출활력대책 조만간 발표"

▲ 우리나라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우리나라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 경기의 둔화 등의 여파로 올 들어 국내 수출은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는 데다 올해 수출증가율도 지난해의 반토막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대외 여건이 개선되는 올해 하반기에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조만간 수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방침인 가운데 올들어 빠르게 식어가는 수출엔진이 다시 달궈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국내 수출은 233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7%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8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올해 2월 1∼20일 조업일수는 12.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일)보다 0.5일 적다.

이달 수출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로 석 달째 줄어들게 된다. 3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27.1% 줄어들면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도체는 지난해 12월 수출액이 27개월 만에 마이너스(-8.3%)로 돌아선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석유제품(-24.5%), 선박(-7.5%) 수출도 크게 줄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13.6% 감소하면서 넉 달째 감소 우려를 키웠고 EU(유럽연합·-18.2%), 베트남(-6.2%), 일본(-12.5%) 등으로의 수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11.3%), 싱가포르(54.0%), 대만(9.1%) 등은 1년 전보다 더 늘었다.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통상 여건과 중국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및 국제유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수출 부진이 한국기업의 경쟁력 약화보다는 외부요인에 따른 단가하락에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수출을 단가와 물량으로 구분해 보면 수출단가는 13.1% 줄었지만, 수출물량은 오히려 8.4% 증가했다. 최근 하락 폭이 큰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D램 가격이 20∼30% 빠지면서 수출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도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단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반도체 가격과 유가가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추세라 이들 가격이 회복하는 올 하반기에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하반기에는 서버 교체와 데이터센터 확충 등 투자를 재개하면서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대외요인이 발생할 경우 수출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수출증가율(금액 기준)이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수출은 2017∼2018년 2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수출증가율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3.7%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2.5%), 한국금융연구원(2.1%)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출증가율을 제시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의 경착륙 우려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계의 수출에는 이미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한국을 포함한 올해 글로벌 경제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경영위기를 타개할 뽀족한 대안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녹록치 않을 경영여건에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수출 부진이 내부적 문제보다는 미국과 중국 등 외부적 영향에 따른 것인 만큼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수출활로를 모색하는 해외시장 다변화는 물론 단순한 시장 진출에 그치지 말고 수출물량을 꾸준히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내주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수출보험 등 무역금융 확대와 수출기업에 대한 운전·제작자금 지원, 수출하고 받은 매출채권의 조기 현금화 등 금융지원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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