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액 700조원 육박
'눈덩이' 빚 부담에 영세자영업자 채무불이행 늘어
"금리상승기 채무상환 어려움 가중…부실화 막아야"

▲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시중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이들의 급격한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극심한 내수부진과 출혈경쟁으로 생존을 위해 빚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금융권의 자영업자대출은 700조원에 육박했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본격적인 시중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이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가계빚 부실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27일 나이스신용평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금융권에 빚을 진 자영업자는 총 194만6000명으로, 이들의 대출액은 432조2000억원 수준이다.

각종 통계에서 자영업자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자영업자 모두 개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가 상환해야 할 부채다. 이를 반영해 한국은행이 집계한 자영업자대출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590조7000억원(가계대출 210조8000억원, 사업자대출 379조9000억원)이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억5000만원 수준으로, 2014년 말 3억원에서 3년 반 만에 약 17% 가량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 자료로 추정하면 4억원에 육박한다. 한은·나이스신용평가 자료를 종합하면 자영업자들의 금융권 대출은 지난해 말 7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자영업자 빚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과 동시에 대출 부실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90일 넘게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 금융채무불이행자는 2014년 말 2만1668명에서 지난해 말 2만7917명으로 6249명(29%) 급증했다. 자영업자 1만명당 채무불이행자는 2017년 말 132명(1.32%)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말 143명(1.43%)으로 다시 확대됐다.

무엇보다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신용도가 가장 낮은 10등급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2014년 말 51.14%에서 2016년 말 46.41%로 하락했다가 2017년 말 53.14%, 지난해 말 58.10%로 급등했다.

9등급 비율의 경우 지난해 말 25.62%로 2017년 말(26.84%)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2014년 말(23.30%)보다 높다. 8등급은 2014년 말(2.53%), 2017년 말(3.44%), 2018년 말(3.83%)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했다.

자영업자들의 취약한 소득 기반과 갈수록 악화하는 영업환경은 자영업자대출의 부실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시중은행은 물론 금리가 비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대출을 늘리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 충격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경기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금리 오름세에 빚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5년 13.4%로 5년 전보다 9%포인트 쪼그라들었고, 창업 후 3년 생존율은 30.2%에 그쳤다. 이는 전체 산업 평균(39.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최저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 자영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시중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대내외 금리상승 압력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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