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자취 감췄던 할인 분양 등장
집값 하락으로 관망세 확산으로 수요 급감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분양 시장이 빠르게 식어가면서 그동안 잘나가던 수도권마저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은 계속 늘어나면서 과거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계의 비명을 불렀던 미분양 공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설사들은 취득세 지원, 중도급 무이자 등 혜택에 분양가를 대폭 낮춘 할인분양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집값 하락으로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수요자 찾기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은 전월대비 36.3% 급증한 6769가구를 기록했다. 전국 미분양의 11.4%에 달하는 수준이다. 수도권 미분양 중 경기도의 비중은 83%를 차지한다. 경기 이천시는 지난달 말 미분양관리 지역에 새로 선정되기도 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완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월에 비해 7% 이상 늘어나면서 5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에 분양한 새 아파트 13곳 중 절반 이상은 미달 사태를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율도 떨어지고 있다. 올 1월 전국 아파트 단지의 입주율은 72.1%로 집계됐다. 입주 아파트 10가구 중 7가구는 빈집으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주요 미입주 사유로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 37.0%, '세입자 미확보' 24.7%, '잔금대출 미확보' 23.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 조사결과 이달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같은 달(3만2027가구) 대비 12.76% 증가한 3만6115가구로, 이중 절반 가량인 1만5610가구가 경기에 몰려 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미분양 공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설사들은 임대료 지원, 잔금 납부 유예, 무상품목 확대, 취득세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내걸고 입주자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급기야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모습을 감췄던 할인 분양까지 등장했다. 경기도 용인 수지구 성복동 ‘용인성복힐스테이트&자이’의 경우 미분양 세대의 분양을 진행하면서 최초 분양가보다 1억가량 낮춘 할인분양 중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할인 분양은 물량 소화에 유리할 지는 모르겠지만 기존 입주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주택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면서 실수요자들까지 구매 시기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마케팅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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